지난해 4월 취임 당시 ‘비상경영 체제 전환’을 선언했던 김 사장이 ‘특례할인 폐지’라는 강수를 들고 나온 데는 갈수록 쌓이는 적자 탓이 크다. 탈원전정책이 본격 추진되기 전인 2016년 12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한전은 2017년 4·4분기 1,294억원 적자로 돌아선 뒤 지난해 2,080억원, 올 상반기 9,285억원의 적자를 냈다. 7년 만의 최대 손실이다. 갈수록 불어나는 적자로 부채 비율은 2016년 말 143.4%에서 지난해 160.6%, 올 상반기에는 176.1%로 높아졌다. 앞뒤 재지 않고 추진된 탈원전정책과 포퓰리즘 행정 때문에 알짜 공기업이 하루아침에 부실기업으로 전락한 셈이다. 정부는 한전 적자가 탈원전과 무관하다고 우기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김 사장은 “두부(전기)가 콩(석탄· LNG)보다 싸졌다”고 발언하는 등 원가 부담을 줄곧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h당 발전원가는 원자력 62원18전, 석탄 83원19전, LNG 122원62전, 신재생에너지 179원42전이었다. 값싼 원전을 두고 비싼 LNG와 신재생에너지 의존도를 높이니 적자가 불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런 문제를 자각한 스웨덴·스위스·독일 등 유럽의 탈원전 선도국가들은 최근 원전 재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잘못된 길로 들어섰으니 이제라도 궤도 수정을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확대하겠다는 허무맹랑한 목표를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특례할인을 폐지하면 국민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게다가 내년 4월 총선이 끝나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탈원전의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이제라도 국민의 고통을 키우기만 하는 탈원전정책을 포기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살고 나라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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