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방문에서 한국이 좌우 정치세력 간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리더는 국민들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한글날, 광복절, 한강의 기적 같은 기회를 적극 활용해 국민 단합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퓰리처상 수상작 ‘총균쇠’의 저자이자 세계적 석학인 재레드 다이아몬드(사진·82) 미국 UCLA 지리학과 교수가 4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이 직면한 위기 상황과 그에 대한 대처방안을 제시했다. 6년 만의 신간 ‘대변동’의 국내 출간을 기념해 31일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다이아몬드 교수는 특히 한국의 내적 위기인 좌우 정치세력 갈등에 주목하며, 이를 타개하기 위한 리더의 역할을 강조했다.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위기를 묻는 질문에 북한을 지목한 다이아몬드 교수는 북한과의 지속적인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를 인접국가로 둔 핀란드의 위기를 예로 들며 “핀란드가 구소련이라는 위협국가를 이웃으로 두고도 오랫동안 독립국가 지위를 누린 것은 대통령 등 고위직뿐만 아니라 내각 관리와 하위직 공무원들까지 각각 직급에 맞는 상대국 공무원과 끊임없이 소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도 어쩌다 한 번 이뤄지는 남북 정상회담 때마다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것보다물밑에서 북한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것만이 통일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인 한국의 외적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진단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은 중국, 미국과 비교해 약소국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꼭 둘 중 어떤 국가를 선택할 필요는 없다”며 “‘어려울 수록 균형을 잡아간다’는 미국식 속담이 있는데 바로 미중 양국 사이에 놓인 한국이 취해야할 입장”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대해 필요 이상의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치명적인 결함을 지닌다”며 “중국이 이번 세기의 주인이 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지난 2013년 나온 ‘어제까지의 세계’ 이후 6년 만에 한국에서 출간된 그의 새 저서 ‘대변동’은 개인, 국가, 세계의 위기 상황을 내부적 갈등, 외부적 요인별로 진단하고 그 해법을 제시한다. 책 속에서 한국은 중국과 함께 일본의 주변국으로만 언급된다. 책은 일본이 처한 위기 중 하나로 중국과 한국의 반일감정을 꼽고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은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직면한 국가라는 점”이라며 “일본은 1970년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나치에 희생된 폴란드인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한 이후 양국 관계가 개선된 점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독자들에게도 메시지를 남겼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후손들이 살아갈 2050년에는 세계가 지금보다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대변동’을 집필했다”며 “독자들이 책을 읽고 깨달음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