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모친 고(故) 강한옥 여사의 별세에 애도를 표하는 조전을 보내왔다고 청와대가 31일 밝혔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을 통해 조의문을 전했고 우리 측에서는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이를 받아왔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고 강 여사 별세에 대해 김 위원장은 30일 문 대통령 앞으로 조의문을 전달해왔다”며 “김 위원장은 깊은 추모와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문 대통령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조의문은 어제 오후 판문점을 통해 전해져 밤늦은 시간 부산 남천성당의 빈소에서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됐다고 고 대변인은 설명했다.
북측이 누구를 통해 조의문을 전달했는지에 대해 청와대는 말을 아꼈다. 다만 우리 측에서는 문 대통령의 ‘복심’인 윤 실장이 직접 판문점에서 북측의 조의문을 수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실장은 전날 오후9시35분께 부산 남천성당에 모습을 드러냈고 약 35분간 머물렀다.
문 대통령이 측근은 물론 청와대 직원들의 조문을 받지 않았음에도 윤 실장이 빈소에 나타난 것은 북측의 조의문을 전달하는 ‘극비 업무’가 있었기 때문으로 밝혀진 셈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북측의 조의문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 “돌아가신 시각이 29일 늦은 저녁 시간이라 모든 상황들을 생각해봤을 때 (북의 조의문 도착이) 늦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남북 간 대화가 재개되느냐는 관측에 대해 “다른 사안들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고 전했다.
북한이 남측의 비보에 조의를 표했던 가장 최근 사례는 지난 6월 이희호 여사 별세 때다. 김 위원장은 당시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판문점으로 보내 조화와 함께 조의문을 전달했다. 다만 이번에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이 조의문을 전달한 북측 인물은 친동생인 김여정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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