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업계 1위인(2018년 연결재무제표 및 손익계산서 상 영업이익 기준) 한국토지신탁도 예외는 아니었다. 개발신탁 시장에서 많은 경험과 실력으로 인정받았던 전문 직원이 이탈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신탁사들은 급여 인상 등의 방식으로 문제해결을 시도한 반면, 한국토지신탁은 직원 이탈 현상에 대하여 다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단순 급여 인상이라는 미봉책 대신 회사에 대한 미래와 비전으로 승부하는 근원적인 처방을 택한 것이다. 즉, 직원들이 회사의 실적에 따라 회사의 성과를 공유하는 방식을 도입하여 직원이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지난 10월 22일 한국토지신탁은 자사주 923,787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무상출연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21일 종가기준으로 본다면 20억원 상당에 이르는 무상출연주는 1달 이내에 한국증권금융에 의무 예탁될 예정이고, 의무 예탁기간은 4년이다.
무상출연주는 단순히 주식가치 상승에 따른 차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 개개인에 분배되어 회사의 성과에 따라 배당도 받을 수 있으며, 향후 회사의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주식가치가 오르는 경우 매매차익도 누릴 수 있어 직원은 재산형성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우리사주조합은 직원은 물론 회사 및 주주에게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회사는 급여 뿐 아니라 회사의 이익 배당 등을 직원에게 재분배함으로써 직원에 대한 보상 탄력성을 제고하고 고용안정을 도모할 수 있으며, 직원의 소속감 고취 및 근로의욕의 상승으로 회사 전체의 생산성이 향상되는 선순환을 불러온다.
주주의 입장에서는, 우리사주조합이 주주총회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회사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서 기업의 투명한 경영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하며, 나아가 기업 자체의 가치 상승에도 도움을 준다. 우리사주조합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대외적 신뢰도가 높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물론 우리사주조합 출연은 직원의 복지 향상을 위한 시발점에 불과하다고 한국토지신탁은 설명한다. 회사의 가치 상승을 위해서 내부직원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헌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직원이 자발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주안점을 두고, 우리사주조합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급여인상 검토, 성과에 따른 성과보상제도 개편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 노조위원장(류형렬)는 이번 우리사주조합 출연에 대해 회사 측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이를 계기로 내부직원의 애사심이 더욱 깊어지고 이는 곧 회사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주주의 이익 극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내비쳤다.
기업의 존재가치는 직원의 복지와 주주가치 상승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모두를 아우르려는 한국토지신탁의 시도는 신탁업계에 신선한 충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탁업계 맏형인 한국토지신탁이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이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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