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현지시간) 있었던 미국 하원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 결의안 표결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 중 하나는 공화당 의원들의 투표 결과다. 전체 197명 중 3명이 기권했지만 나머지 194명은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과 말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존재하지만 아직 실질적으로 탄핵에 찬성하는 이들은 없다는 뜻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공화당이 단합된 모습을 보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공화당은 전체 상원 의석(100석) 가운데 53석을 차지하고 있어 탄핵안이 하원에서 통과되더라도 상원의 관문을 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탄핵에 필요한 의결정족수(67석)를 채우기 위해서는 민주당(45석), 무소속(2석) 이외에 공화당에서 20명이 이탈해야 한다. 최종 탄핵은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에서 탄핵되면 공화당 주도의 상원에서 무죄가 확정될 것”이라며 “하원 공화당원들도 여전히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핵심인사가 증언대에 서거나 탄핵조사 과정이 TV에서 중계될 경우 파장이 커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원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진상 규명을 위한 다음 단계의 조사를 시작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켜 미국 역사상 네 번째 대통령 탄핵조사를 위한 청사진을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화당도 내부적으로는 추가 증언에 불안해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공화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앞으로 치명적인 증언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최종 탄핵 여부와 별도로 탄핵조사가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대통령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에서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민주당은 다음달 말 추수감사절 때쯤 공개조사를 마무리하고 크리스마스 전에 탄핵안 표결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고려하면 내년 초 상원에서의 탄핵 공방이 예상된다. 내년 2월3일 아이오와주를 시작으로 대통령후보 지명을 위한 각 당의 경선과도 맞물려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우위를 점치는 이들도 있지만 탄핵조사가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개청문회를 포함한 새로운 단계의 조사는 상원에서의 탄핵 논의와 함께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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