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조차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했다. 교육을 통해 흙수저도 금수저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교육이라는 희망의 사다리를 다시 놓겠다.”
교육 공정성 강화를 전면에 내걸며 대한민국 교육을 기본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던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측근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을 둘러싼 의혹을 계기로 국민적 비판을 한 몸에 받으며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서게 됐다.
입시 불공정성 강화에 보수-진보가 따로 없음을 확인한 이번 파문으로 불공정 문제 해결이 교육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지만 현실 입시에서 얼마 만큼의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교육 정책의 근간을 바꿀 사안들이 급조되면서 정책 당사자들은 물론 진보 교육계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쏟아지는데다 근본적 개혁에는 못 미치는 땜질 처방에 가까워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문 대통령은 대입제도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서울 주요 대학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전형의 비중 확대를 언급했다. 또 2025년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을 실시하겠다는 교육부 정책도 함께 예고됐다.
수능 비중 상향은 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로 지난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을 오는 202학년도부터 30%까지로 상향하겠다는 권고안이 나왔다. 하지만 이를 시행해 보기도 전에 또 다른 강화안이 등장하는 것에 교육 각계의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진보 교육 단체들은 성적 외의 다양한 수단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학종이 현 교육과정의 취지에 더 부합한데도 수능 비중만 우선 늘린다면 입시 위주 교육이 더 강화되고 학종 개선 효과도 창출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학들도 수능 절대평가 영역 확대로 학생 선발을 위한 변별력이 낮아진 상황에서 수능 선발 비중을 올리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하다.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역시 고교 교육의 질을 동반 상향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대통령 공약 중 고교무상교육, 대학 입학금 폐지 등은 법체제 정비를 거쳐 시행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고교 의무교육 등 굵직굵직한 공약들은 아직 사회적 공론화 단계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공회전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나 공영형 사립대 육성 등 학교급별 주요 정책들도 시행 시기 정도만 도출됐을 뿐 여전히 시작단계다. 학령인구 급감 시대에 필요한 대학 정원조정도 사실상 대학 자율에 맡겨 정부 책임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국가 교육비 책임 부담 강화를 약속했음에도 정부 부담률이 가장 낮은 대학에 대한 ‘선택과 집중’ 형태의 지원 방안은 제대로 도출되지 않아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연구·면학 분위기 조성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기초학력보장 약속과는 달리 중고교생들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5년 전에 비해 배 가량 늘어난 상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고등교육 등 교육 재정에 대한 정부 부담 의지가 여전히 낮은데다 진보 진영의 ‘보편적 평등’ 시각으로 경쟁 논리 등을 배제한 채 교육 정책을 운용해 가려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수능 확대 방안은 진보 진영에서도 집중 포화를 맞는 등 개혁 성과를 거두려면 아직 갈 길이 상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