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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집회에 속앓는 세종문화회관

확성기·구호소리에 업무방해

화분 설치 방안 제시됐지만

정치적 논란 우려에 결국 철회

서울 세종문화회관이 정문 앞 계단이 각종 집회의 명소로 떠오르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법적으로 회관 소유지인데도 집회 참가자들이 걸핏하면 무단 점거하는 데다 확성기 등의 소음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공연에도 지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문 앞 계단을 차단할 경우 ‘열린 공간’ 이라는 상징성이 퇴색되는데다 자칫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3일 세종문화회관에 따르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던 집회가 한창이던 9~10월경 정문 앞 계단을 화분으로 가득 채우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 사퇴 등 각종 시위 참가자들이 계단에 모여 구호 등을 외치거나 음식물을 먹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갑질 규탄’ 등 기자회견도 일상적으로 열린다.

특히 공연장 안으로까지 집회 소음이 들어오는 실정이다. 세종문화회관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 피아니스트의 단독 공연을 한 적 있는데 조용한 분위기의 공연장에서 집회 확성기 소리가 들리는 등 관람객들이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이 오페라 ‘돈 조반니’를 처음 선보인 지난달 30일에도 대한간호협회의 ‘간호정책 선포식’이 진행됐다. 계단이 간호사·간호대 학생들로 가득 차면서 관람객들은 펜스가 설치된 계단 양쪽으로 지나가야 했다.



이처럼 계단 집회나 시위는 법적으로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는데도 세종문화회관측은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계단에 화분 설치 방안도 고민 끝에 철회했다. 앞서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천막을 기습 설치하는 우리공화당을 막기 위해 광장에 화분들을 갖다놓은 방식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결국 회관 측은 경찰에 고소는 물론 협조요청도 하지 않기로 하고 자체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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