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 임희정(19·한화큐셀)의 선전으로 다시 알려진 이름이 있다. 바로 백규정(24·SK네트웍스)이다. 임희정 이전 마지막으로 루키 시즌 3승을 거둔(2014년) 선수였기 때문이다.
백규정은 지난 2014년 ‘슈퍼루키’의 계보를 이으며 차세대 여왕 후보로 꼽혔다. 당시 KLPGA 투어 3승뿐 아니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도 당당히 정상에 올라 이듬해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하지만 꿈꿔온 미국은 환경이 달랐다. 문화와 언어도 달랐지만 코치 없이 혼자 투어를 뛰다 보니 즉각 교정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커다란 장벽으로 다가왔다. 우승으로 투어카드를 보장받은 2년 동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국내로 U턴을 한 뒤에도 가시밭길을 걸었다. 컷을 통과해 상금을 받은 대회 수는 2017년 25개 중 4개, 지난해에는 27개 중 5개에 그쳤고 그나마 하위권이었다. 백규정은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안 되니까 힘들었다”면서 “‘다시 올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가장 두려웠다”고 털어놓았다.
백규정은 3일 끝난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모처럼 예전의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 최종 4라운드에서 출전선수 중 두 번째로 좋은 타수인 5언더파 67타를 몰아쳐 공동 9위(7언더파 281타)를 차지했다. 2017년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 공동 9위 이후 무려 2년6개월 만의 톱10 입상이다.
백규정이 2020시즌 정규 투어에서 활동하려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옥의 시드전’을 통과해야 한다. 한 번의 선전으로 ‘재기’에 성공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는 “실수와 실패의 기억이 자꾸 떠오른다”면서도 “팬들 앞에서 조금씩 좋은 샷을 하게 되면서 자신감이 생긴다. 과거 좋았던 스윙 영상을 통해 리듬을 많이 보고 있다”고 했다.
“꼴찌보다 기권이 프로에게 더 부끄러운 일”이라는 그는 “(오는 19일부터 나흘간 무안에서 열리는) 시드전이 여전히 무섭지만 이번 마지막 대회에서 마무리를 잘했으니 무안으로 가는 발걸음이 조금 가벼울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엄청난 노력 끝에 부활한 박인비와 타이거 우즈는 내게도 힘이 된다”며 각오를 다진 뒤 “지난해와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가능성을 믿고 후원해준 스폰서 측에 감사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서귀포=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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