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안보 상황부터 보자.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안보위기를 해결하겠다”고 자신했지만 위기가 해소되기는커녕 더 심해지고 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은 ‘하노이 노딜’ 이후 9개월째 표류 중이고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과 러시아는 방공식별구역을 제집처럼 드나들고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 등 우방국과의 관계 강화가 절실하지만 오히려 한미일 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안보가 불안해진 가장 큰 이유는 잘못된 정책에 있다. 정부는 안보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남북관계에 둬왔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 한반도 운전자론이다. 정부는 남북관계만 개선되면 핵 문제 등은 저절로 풀릴 것으로 봤지만 사태는 정부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갔다. 북한 비핵화가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면서 금강산관광을 비롯한 남북관계도 꼬이고 있는 것이다.
사정은 경제도 마찬가지다. 수출과 투자·소비의 동반 부진으로 경제성장률은 1%대로 추락하기 직전이다. 경기가 내리막길을 걷는 가운데서도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제로 등 경제에 부담을 주는 정책에만 매달렸으니 지표가 나빠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국민통합도 공수표가 된 지 오래다. 문 대통령은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적폐청산과 검찰개혁 등 지지세력만 쳐다보는 정책 때문에 온 국민이 두 쪽으로 갈라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국론이 분열된 가운데 안보와 경제가 흔들리는 상태에서는 대한민국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 탈출구는 정책 전환에서 찾아야 한다. 정부는 실패로 판명된 정책을 고집하지 말고 대국적인 자세로 국면 전환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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