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로펌들이 조직을 역량을 총동원해 하는 집중 육성하는 분야가 있다.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국제중재 분야다. 블루오션으로 시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명 에이스 변호사를 투입하는 이유기도 하다. 김앤장·태평양· 광장은 업계의 정평이 나 있는 명품 변호사를 앞세워 국제중재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김앤장 국제중재팀 임병우(48·사법연수원 28기) 변호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제중재통이다. 지난 2002년 합류 이후 건설과 조선 분야에서 업계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는 수천억원대 중동지역 발전소 프로젝트 중재에서 국내 설비 공급사를 대리하여 성공적으로 방어한 것도 그의 결정적 활약 덕분이다
임 변호사의 경쟁력은 단순한 법률적 분석뿐만 아니라 사건 당사자들의 상업적 이해관계를 파악해 최상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에서 나온다. 대안을 찾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지만 국제 분쟁을 조기에 합의로 이끌 수 있어 가장 필수적인 요소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임 변호사는 “국제중재는 단순한 법률적·계약적 해석뿐만 아니라 복잡한 기술적 쟁점을 이해하고 손해배상금 산정 등 수많은 이슈들에 관한 종합적 분석이 필요하다”며 “김앤장의 다양한 국내외 전문 인력과의 협업을 통해 10년 내 아시아 최고의 국제중재팀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태평양 국제중재 분야의 에이스로 평가받는 김홍중(43·사법연수원 32기) 변호사는 태평양 국제분쟁그룹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체임버스앤파트너스로부터 12년 연속 우수 로펌으로 선정되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산업 전반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법률 전문성이 그의 강점이다. 김 변호사는 지난 2010년 현대중공업이 아랍에미리트 국영석유투자회사 IPIC를 상대로 제기한 중재사건에서 승소하며 화제를 모았다. 국제중재를 통해 회사의 경영권까지 이전되는 것은 이례적인 사례다. 당시 글로벌 국제중재 법률전문지 GAR이 선정하는 ‘올해의 승소사건’에 뽑히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국가적인 이슈가 더해지는 국제분쟁 사건은 승소 여부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당사자 모두가 공감하는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라며 “인용률이 극도로 낮은 중재판정 취소소송에서 승소하는 등 다양한 사건을 경험한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광장 국제중재팀의 데이비드 김(41) 변호사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주요 투자자국가간소송(ISD)에서 활약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세계적 관심이 집중됐던 론스타 및 하노칼 관련 사건을 수행하며 광장의 국제중재 역량을 알린 주역으로 통한다. 글로벌 주요 기관을 아우르는 화려한 이력도 김 변호사의 강점이다. 그가 소송을 대리한 기관만 해도 국제상공회의소(ICC),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 홍콩국제중재센터(HKIAC), 대한상사중재원(KCAB), 런던국제중재법원(LCIA)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지난해에는 인도 국영기업과 국내 전동차 전문업체 사이에 벌어진 국제중재 사건을 완벽한 승소를 거뒀다. 단독으로 해외 로펌과 맞서 승리한 사건이어서 더욱 값진 성과였다. 김 변호사는 “국제중재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에 어느 분야보다 유기적인 팀워크가 중요하다”며 “해외 유수의 로펌에 뒤지지 않는 전문성과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외 인재 영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