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철강사 아르셀로미탈, 伊 일바 인수 포기

이탈리아 의회의 법적 면책 기간 철회 때문

인수 취소될 경우 남부 8,000명 실직 위기

이탈리아 철강회사 일바의 타란토 제철소/블룸버그통신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이 이탈리아 철강회사 일바에 대한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룩셈부르크에 본사를 둔 아르셀로미탈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인수 계약 취소를 일바 측 경영진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일바는 소유주 일가가 이탈리아 남부 타란토 제철소에서 대량의 독성 물질을 방출해 대기 및 수질을 오염시킨 혐의가 드러나 2012년 국가에 압수돼 매각 절차에 들어갔으며 지난해 11월 아르셀로미탈에 인수됐다. 아르셀로미탈은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타란토 제철소 시설 및 운영 방식을 환경 기준에 맞게 개선할 수 있는 법적 면책 기간을 부여받았다. 이에 따라 2024년까지 타란토 제철소를 환경친화적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총 24억유로(약 3조 1,040억)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탈리아 의회가 최근 법적 면책 기간 제공을 철회하면서 아르셀로미탈은 결국 인수를 포기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법원이 환경 오염을 이유로 타란토 제철소의 일부 고로를 폐쇄하라고 명령한 것도 이 같은 결정에 한몫했다. 아르셀로미탈은 계약 취소에 대한 법적 권리를 주장하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아르셀로미탈이 일바를 떠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아르셀로미탈이 이대로 물러나면 일바의 타란토 제철소는 폐업 수순을 밟고 직원 8,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 간 연립정부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탈리아 남부지역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오성운동은 환경 보호를 이유로 그동안 줄곧 타란토 제철소 폐쇄를 지지해왔지만 해당 지역에선 높은 실업률에 허덕인 나머지 이에 대한 불만이 극심한 상황이다. 당장 연정의 대척점에 서 있는 극우정당 동맹 대표 마테오 살비니는 이번 사태를 ‘재앙’이라고 표현하며 연정 심판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김기혁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