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의 전 남편 살해사건 6차 공판에서 계획적 범행을 입증할 새로운 증거들이 공개됐다.
4일 오후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36)에 대한 여섯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고유정의 이동 동선이 찍힌 폐쇄회로(CC) TV 영상과 통화 내역 등 고유정의 범행 과정, 사건 쟁점을 프리젠테이션(PT)을 하는 형식으로 검찰의 서증조사(문서증거조사)가 이뤄졌다.
검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제주 입도 전 청주에서 감기약을 처방받으며 졸피뎀 성분이 들어있는 수면제 7정을 손에 넣었다. 검찰은 이후 압수한 5일치 약봉지에 다른 약은 그대로였으나 수면제는 모두 사라졌다고 밝혔다.
고유정은 구속된 상황에서 현 남편을 접견했을 때 자신의 분홍색 파우치 압수여부를 물었고, 남편은 이후 고유정의 가방 안에서 파우치 안에 감기약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제출했다.
고유정은 피해자 강모(37)씨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현장에 있던 아들은 카레라이스를 함께 먹었다고 진술했다. 고유정이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에도 싱크대 위에 카레라이스를 먹고난 뒤 햇반과 빈 그릇, 분홍색 파우치가 보였다.
검찰은 고유정이 강씨를 칼로 찌른 뒤 혈흔이 묻은 칼로 수차례 반복적으로 공격하는 과정에서 생긴 흔적(정지 이탈흔)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처음 공격한 지점에서 현관까지 총 15곳에서 앉은자세와 선 자세 모두 공격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고유정이 다이닝룸에서 피해자를 우발적으로 찔렀고, 도망치다 피해자가 쫓아오는 과정에서 혈흔이 펜션에 묻었을 것이라는 고유정 측 주장은 혈흔 분석과 명백하게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재판이 끝난 뒤 피해자의 동생은 “고유정이 민사재판에서 그랬듯 이번 재판에서도 조카를 방패막이로 이용하고 있는데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아직도 형의 시신을 찾지 못해 제대로 된 장례로 치르지 못하고 사망신고조차 못 했지만, 고씨는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피해자에게 억울한 누명만 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유족에 대한 검찰 측 증인신문에서 강씨의 어머니는 “지금, 이 순간 내 아들을 죽인 살인마와 한 공간에 있다는 게 참담하고 가슴이 끊어질 것 같다”며 “존경하는 재판장님, 내 아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명예를 더럽힌 저 살인마에게 법정 최고형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고유정의 다음 재판은 11월 18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최상진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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