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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인간'이 인류 미래 열어주죠"

'IT 연구하는 철학자' 이종관 성균관대 교수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에 대한 연구가

디지털 장비 디자인 개발 좌우할 것

'퇴근길인문학수업-관계(백상경제연구원 엮음, 한빛비즈 펴냄)





“인간이 왜 도구를 만들었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곱씹어보면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도구를 만들기 위해 어떠한 질문을 하고 탐구해야 답을 구할 수 있는지 알게 됩니다. 철학적인 사고가 인류의 미래를 열어갑니다.”

‘정보통신을 연구하는 철학자’로 불리는 이종관(사진)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는 5일 서울경제와 만나 “질문하는 인간에게 내일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딴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벌어지는 사회현상을 철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연구하는 보기 드문 학자다.

이 교수는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 중에 효용성이 높고 빠르게 퍼져나간 것은 대부분 그 도구를 사용하는 동안 작업에 몰입하게 만든다”며 “도구를 사용하는 동안 도구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리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에게 좋은 도구란 ‘보이지 않는 도구’다. 이 교수는 “사용자가 도구 자체가 아니라 과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좋은 망치는 목수의 손에서 사라져 목수가 건축이라는 더 큰 장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듯이 컴퓨터 역시 마술처럼 인간의 행위 속으로 녹아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쓰임새가 뛰어난 대표적인 도구라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도구를 사용할 때 인간의 눈에 기술이 보여서는 보편성과 확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열 손가락만으로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인간이 자연스럽게 도구에 몰입하도록 이끌어 진정한 유비쿼터스 시대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그의 관심은 건축으로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방자치단체별로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스마트시티’에 자칫 사람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소홀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노르웨이의 건축가 크리스티안 노르베르그슐츠의 ‘건축 현상학’ 이론에 영향을 받아 연구에 접목하고 있는 그는 “현대건축은 보여주기 위해 외관을 꾸미는 데 집중하기보다 인간적인 경험을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스마트시티를 건설할 때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지나치게 드러내면 인간의 감수성과 활용성은 떨어질 수 있으니 설계 단계부터 자연 친화적이면서 인간 중심의 쓰임새 높은 건축물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독일 등 4차 산업혁명이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오고 있는 사회를 가보면 여러 도시의 기능이 디지털화로 바뀌고 있지만 정작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게 기술이 건축이라는 공간 속에 스며들어 있다”며 “인더스트리 4.0이라는 비전을 통해 성과를 내는 독일을 연구하고 우리 사회에 접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타진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가 독일을 ‘실현 가능한 미래’라고 보는 것은 정치와 경제 분야의 사회적 불균형이 비교적 낮고 비판의식을 기르는 교육현장 때문이다.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물결에서 도전과 창의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인간은 단지 호모파베르(homo faber·도구의 인간)인 탓에 도구를 만들어 쓰는 것만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기획하며 살아가는 존재로서 자연에서 구하기 어려운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고 이를 통해 내일을 향해 나아간다”고 말했다.
/글·사진=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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