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대학에 대한 정부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파문으로 ‘교육 불공정성’이 화두로 부상한 이래 첫 조치에 해당한다. 일단 이번 조사에서 국민들의 불신을 받는 학종 합격률이 특수목적고와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일반고 순으로 고교서열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학들이 학종 선발 시 학교에 등급을 매겨 학생을 평가하는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는지는 정황만 있을 뿐 확인되지 않았다. 이처럼 학종 불공정성을 규명하려던 이번 조사가 용두사미로 그치면서 정부가 자사고·외국어고 등 폐지를 위한 근거 마련을 위해 대학만 괴롭히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선 지난 4년간 대입에서 고교 서열화 경향은 뚜렷이 나타났다. 일반고의 경우 2019학년도 학종과 수능에서 지원단계의 비중은 각각 71.5%와 71.7%에 달했으나 합격 비중은 각각 63.8%와 69%로 줄었다. 반면 외고·국제고는 지원단계보다 합격단계의 비중이 높아 학종의 경우 8.5%에서 11.5%, 수능의 경우 6.9%에서 8.2%로 높아졌다. 4개년 고교유형별 평균 내신등급을 보면 13개 대학 모두에서 일반고-자사고-외고·국제고-과학고 순서가 동일하게 나타났다. 실제 서열화 순서에 따라 과고로 갈수록 내신이 나빠도 합격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향은 학종만이 아니라 수능 등 모든 전형에 동일했다. 과고나 외고 학생들이 학종에서 특별하게 우대를 받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고교 서열화 현상은 확인됐지만 학종의 불공정성을 입증하지 못한 셈이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고교서열화 구조가 고교등급제로 이어졌는지 살펴보기 위해 특정감사와 추가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5개 대학은 지원자 출신고교의 과거 진학 현황을 평가 시스템에서 제공해 특정감사 수순을 밟게 됐다. 2개 대학은 동일 고교 유형과 지원자의 내신 비교 정보를 제공했음이 드러났다.
조사에서는 또 2019학년도 기준으로 자기소개서 표절 추정 228건, 기재금지 위반 366건이 적발됐고 이를 평가에 미반영한 대학 5곳, 평가자 고지 등에 그친 대학 2곳 등도 함께 확인됐다. 고교가 대학에 제공하는 고교별 프로파일에서도 학생의 어학 실력을 기재하는 등 편법사례가 다수 집계됐다. 교육부는 이처럼 자기소개서(추천서)의 기재금지 위반 및 표절에 대한 처리가 부적절했거나 서류 평가 시간이 특히 부족한 경우 등에 대해서도 특정감사를 실시해 비교과 영역 폐지의 적정성 등을 살피기로 했다.
교직원 자녀 입학사례도 특정감사에 들어갔는데 교직원 자녀 입학사례 255건 중 회피·제척을 위반한 사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연말을 목표로 한 특감에서 고교등급제 실시 등이 드러날지도 미지수라는 지적이 다수다. 지난 2009년 고려대에서도 특목고 우대 의혹이 집계됐으나 법원은 학교별 재량권을 근거로 고려대의 손을 들어줬다.
교육부는 이날 일부 제도 개선 방향도 내놓았다. 학종의 평가요소 및 배점 등 정보 공개를 확대하고, 투명성 제고를 위한 학종 공통지침을 마련하는 것 등이다. 실제 2020학년도 학종 평가요소의 배점을 공개한 대학은 서류평가 5개 대학, 면접평가 4개 대학에 그쳤고 특히 서울대·고려대·성균관대·포항공대는 모든 평가 기준 및 배점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학종 평가 기준의 명확한 공개 수위 및 방향도 이날 발표되지는 않았다.
이밖에 특기자 전형은 특정 고교 유형에서 어학 등으로 70%의 합격생을 낸 점이 드러나 축소 폐지 단계를 밟게 됐다. 하지만 교육부의 고교정상화기여대학 사업의 결과로 일부 어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특기자전형이 2021학년도 이후 사라지고 어학 특기자가 상당수 남은 이화여대와 한양대 등은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은 등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 불공정성에 대한 화살을 대학으로 돌려 한달여 조사를 실시했지만 결과는 용두사미에 가까운 셈”이라며 “도출된 학교별 서열화를 특정 고교 유형을 없애는 근거로 삼는 것도 앞뒤가 맞아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