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CEP의 출범은 우리 경제가 극심한 수출 부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반가운 일이다. 비록 인도가 무역적자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이지만 글로벌 보호주의에 맞서 무역장벽을 낮추고 교역·투자 활성화를 선언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우리로서는 아세안 역내시장 접근을 통해 중국과 미국에 편중된 무역시장을 다변화하고 동남아 핀테크 시장과 금융·통신사업 진출의 기반도 마련하게 됐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과 맞물려 수출 회복의 돌파구를 열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산업통상자원부는 RCEP 타결로 한국의 실질 GDP가 10년간 1.75% 늘어나고 소비자 후생 효과도 최대 2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정부가 곧바로 관계기관대책회의를 열어 후속방안을 논의한 것도 이런 기대감에서다.
문제는 RCEP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전략과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RCEP는 중국이 주도하는 다자무역협정이라는 점에서 자칫 외교·안보적 이해관계를 위협하는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행정부가 RCEP의 의미를 깎아내리며 한국 등과의 가치동맹을 새삼 강조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만약 인도가 협정에서 빠지면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협상력과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럴수록 RCEP 타결을 통해 수출 활력을 되찾는 돌파구로 삼으면서 우리 안보에 영향이 없도록 촘촘한 후속 실행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것만이 글로벌 무역전쟁 시대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튼튼한 안보까지 확보함으로써 국익을 극대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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