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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구체 언급 자제한 美...'印·太전략' 띄우며 韓 압박

■스틸웰, 강경화 등과 연쇄회동

"한미동맹은 印·太 평화 핵심축"

중국 견제정책에 협력 강조하며

정부에 지소미아 연장 촉구 관측

美, SED서 경제안보도 강조

방위비와 주한미군철수카드연계설도

靑 "지소미아 입장 기존과 동일" 강경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정석환 국방정책실장 면담을 위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6일 이른 아침부터 외교부·청와대·국방부를 직접 찾아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현종 청와대 안보2차장, 정석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등을 잇따라 만났다. 오는 23일(0시) 종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관련해 한국 측에 결정 번복을 노골적으로 압박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되레 지소미아에 대한 공개발언은 최대한 자제했다. 다만 지소미아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환상적인 논의(fantastic discussions)를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오늘 했다”고 답해 관련 논의가 있었다는 점은 밝혔다.

결국 일련의 비공개 면담 과정에서 스틸웰 차관보가 지소미아 연장을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촉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26일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 재고를 요청하겠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스틸웰 차관보가 지소미아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것은 아직 종료시한이 남은 만큼 한국 정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려는 의도인 것 같다”면서도 “미국 입장에서 지소미아 종료는 자신들이 그려놓은 인도태평양전략까지 깨지는 형국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강행하면 강한 불만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청사에서 한미 4차 고위급 경제협의회 참석을 위해 방한한 스틸웰 차관보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신 스틸웰 차관보는 지소미아를 중심축으로 한 미국의 대중 견제정책인 ‘인도·태평양전략’을 강조하며 한국을 우회 압박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강 장관과 만나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말해왔듯 한미 관계와 동맹은 인도·태평양지역 평화와 안보의 핵심축(linchpin)”이라며 한국의 적극적인 동참을 거듭 강조했다. 지소미아 종료를 철회하라는 미국의 거듭된 요구에도 청와대는 “한국 정부의 입장은 (기존과) 동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지소미아 외에도 현재 진행 중인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등 방위비 청구서를 한국에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은 이날 스틸웰 차관보와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연쇄 회동하고 지소미아,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한미 간의 동맹 현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의를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SMA 협상에서 한반도 이외 지역에서 한반도 안보유지에 기여 중인 모든 미군 자산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한국 측에 요구하면서 주한미군 감축 및 철수까지 거론하는 등 한국에 대한 최대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은 최대 47억달러(5조4,379억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한국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크라크 미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안보·환경 담당 차관은 이날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제4차 회의에서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을 만나 경제안보의 협력을 강조했다. 미국이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수차례 규정하며 반(反)화웨이 전선 형성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점을 볼 때 크라크 차관의 발언은 한국 정부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은 회의 후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경제관계를 “한미 관계의 핵심축(core pillar)”으로 규정했다. 이어 “양국간 경제관계 견고함을 확인했으며 그 기반 위에서 양국간 경제협력과 상업적 연계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ED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우인·양지윤 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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