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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교서열화 해소보다 공교육 정상화가 먼저다

정부가 오는 2025년부터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제 전환하는 내용의 ‘고교서열화 해소 방안’을 7일 발표했다. 계획대로 실행되면 외고는 33년 만에, 국제고는 27년 만에, 자사고는 24년 만에 사라진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교육 불공정 해소를 폐지 이유로 내세웠지만 이번 방안은 절차와 명분 등 모든 면에서 결함으로 얼룩져 있다. 정부는 자사고 등의 설립 근거가 명시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이들 학교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이는 거꾸로 시행령의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뒤바뀔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이 이번 발표 전 폐지 대상 학교 어디와도 합의를 거치지 않아 추후 법적 소송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에서 폐지 찬성이 50% 넘게 나왔다는 논리 역시 궁색하다. 백년대계인 교육을 여론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절차적 정당성보다 걱정인 것은 하향 평준화 문제다. 명문 사립학교를 육성하는 선진국 사례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4차 산업혁명 시대 수월성과 다양성을 강화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자사고 등을 귀족학교라는 이념적 틀에 엮어 넣은 채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 치우친 일반고로 미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정부는 이날 일반고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5년 동안 2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한편 과학과 어학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심화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특성화학교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내놓았다. 하지만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인구 감소로 교원과 교육 예산을 감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재원 부족으로 비정규직 강사로 교원을 채워나갈 경우 교육의 질적 수준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반고의 교육현장이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공교육 정상화의 큰 그림도 없이 이 정도 수준의 대책을 갖고 교육의 질적 향상을 꾀할 수 있다고 보는가. 평등의 도그마에 빠진 이 정부의 왜곡된 정책들이 다음 정부에서 어떤 혼란으로 이어질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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