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루키 돌풍’이 가장 거셌다. 신인 합작 승수가 무려 8승으로 종전 기록인 5승을 가뿐히 넘겼다. 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한 임희정과 유해란이 각각 3승·1승을 거뒀고, 시드전 1위 조아연은 2승을 챙겼다. 이승연과 박교린도 1승씩을 올렸다.
그런데 루키 우승자 명단에 응당 들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직 1승 단추를 끼우지 못한 선수가 있다. 박현경(19·하나금융그룹)이다. 그는 국내 72홀 최소타 기록 보유자다. 2017년 송암배 아마추어선수권에서 29언더파 259타로 우승했다. 2위 조아연을 8타 차로 따돌렸고, 2016년 최혜진의 이 대회 최소타 우승 기록(16언더파)도 가볍게 넘어섰다. 아마추어 무대에서는 최혜진의 라이벌로 유명했다. 최혜진은 지난 시즌 신인상 출신으로 올 시즌 전관왕을 노리고 있다.
박현경이 시즌 최종전에서 데뷔 첫 우승의 기회를 잡았다. 그는 8일 천안 우정힐스CC(파72)에서 열린 ADT캡스 챔피언십(총상금 6억원) 1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쳐 1타 차 공동 2위에 올랐다. 지난주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도 첫날 68타를 작성해 6위에 올랐으나 이튿날 78타로 미끄러진 탓에 최종 공동 26위로 마쳤다.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번 시즌 박현경은 8월 하이원리조트 대회 4위가 최고 성적이고, 상금랭킹은 23위다.
대회 때마다 캐디로 함께 하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선수 출신인 아버지 박세수씨는 이번 경기에서도 딸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박씨는 1999년 KPGA 2부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다. 우승하고 넉 달 뒤에 태어난 딸이 박현경이다.
아직 우승이 없는 또 다른 신인 이가영도 4언더파다. 보기 없이 후반에만 버디 4개를 몰아쳤다. 이가영 역시 4위가 데뷔 시즌 최고 성적이다. 강원중 3학년에 재학 중인 15세 아마추어 김민별 또한 4언더파를 적어 눈길을 끌었다. 올해 KLPGA·삼천리 꿈나무대회 2연패를 달성한 2020년 국가대표 상비군이다. 우승권에 여러 번 들었지만 우승은 한 적 없는 10년 차 안송이가 5언더파 단독 선두다.
상금 1·2위 최혜진과 장하나는 같은 조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각각 1오버파 공동 29위, 이븐파 공동 19위로 출발했다. 지난주 대상(MVP)과 다승왕(5승)을 확정한 최혜진은 상금왕과 최소타수상까지 차지하는 싹쓸이에 한 발짝 더 다가서 있다. 상금 격차가 약 5,700만원이라 장하나는 반드시 우승이나 그에 준하는 성적을 내야만 뒤집을 수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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