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매우 높다”면서 “이제부터의 과제는 윤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 정착 의지를 나타낸 것이지만 ‘다른 총장’을 거론한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등 입법이 완료되면 다시는 국정농단과 같은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공수처 설치 강행 의지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상당 수준 이뤘다고 자평한 뒤 “부패에 엄정히 대응하면서도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인권과 민주성·공정성을 확보하는 완성도 높은 시스템을 정착시켜주기 바란다”고 검찰에 요구했다. 이 같은 언급은 문 대통령이 조국 사태 와중인 지난 9월 말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 것과 맥락이 같다. 당시 문 대통령의 언급은 조 전 장관 일가의 의혹을 둘러싼 압수수색과 피의사실 공표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사실상 수사에 제동을 걸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날 회의의 목적인 반부패 사회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살아 있는 권력을 엄정 수사할 수 있는 풍토가 확립돼야 한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7월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때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 수사’를 주문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진정으로 권력형 비리를 척결하고 검찰을 개혁하려면 공수처 설치보다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게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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