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 시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으나 이를 제대로 환수하기 위한 법률 개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전 전 대통령 등 5·18 헌정질서 파괴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금지하는 법안도 발의 이후 29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있으나 전 전 대통령 미납 추징금 환수 등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역사 청산에는 다소 미흡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천정배 대안신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1,021억원에 달하는 전 전 대통령의 미납추징금을 사후에도 추징·몰수하는 방안이 담긴 ‘형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의 핵심 내용은 범죄자가 사망하더라도 새로운 범죄 수익이 발견되면 추징과 몰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두환 사후 불법 재산 끝장 환수법’으로 명명된 해당 개정안을 여전히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천 의원은 앞서 9월 2일에도 전 전 대통령 친족이나 제3자가 증여받은 재산도 몰수·추징하는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 법률안(전두환 일가 불법 재산 몰수법)’을 대표 발의했지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보수 야권이 소극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다 20대 국회가 이른바 ‘일하지 않는 국회’로 전락, 각종 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이들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게 천 의원 측 분석이다.
게다가 전 전 대통령 등 5·18 헌정질서 파괴자가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것을 막는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도 발의됐으나 이미 2년 넘게 수면 중이다. 개정안은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 전후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범죄로 유죄를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이후 사면·복권을 받은 사람은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개정안은 법사위에서 소위원회로 회부하기는 했으나 결국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지난해 5월 발의했으나 정무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논의만 됐을 뿐 본회의 상정은 유예됐다”는 게 천 의원 측 설명이다. 현행법에서는 형법에 따른 내란 등의 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의 실형이 확정된 경우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사면·복권된 자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강 의원은 해당 법안에 내란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천 의원은 “현 정권 집권시기가 절반이나 지났으나 역사 청산으로 봐야 할 전두환(전 대통령)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며 “한국당이 이른바 결제를 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가 되면서 (광주 민주화 운동과 관련한) 홀로코스트 찬양 금지·부정을 처벌하려는 법안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20대 국회 들어 이철희·이석현(더불어민주당)·김동철(바른미래당), 박지원(대안정치) 의원 등이 5·18 민주화 운동을 부정하거나, 폄훼하는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여럿 발의했으나 여전히 국회 문턱에도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천 의원은 이어 과거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을 환수하듯 전두환 등 헌정질서를 파괴한 이들의 전체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이달 중 발의할 계획”이라며 “내년이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인 만큼 관련 법 개정 등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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