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 때도 안 이랬어요.” “법무부 보기에 불편하면 오보입니까.”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훈령을 다음달 1일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후 출입기자 단체 카톡방은 발칵 뒤집혔다. 공개소환이 전면 폐지된 데 이어 피의사실과 수사상황에 대한 보도 자체가 차단될 상황에 놓여서다. ‘오보를 한 기자에 대해 검찰청 출입 제한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자의적으로 언로(言路)를 틀어막을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검사는 기자와 개별적으로 접촉할 수 없다’는 조항 역시 위헌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규정이 입법예고되자 취재현장의 분위기는 즉각 영향을 받았다. 수사 관계자가 “당장 다음달부터 형사사건 공개와 접촉 금지가 시행이라 응대가 어렵다”며 기자의 전화를 회피하거나, 확인 책임을 경찰이나 법원으로 떠넘기기도 했다. 이미 널리 알려진 국민의 관심 사안이고, 사건 주범의 혐의가 입증돼 구속영장이 발부된 경우마저도 그랬다.
본지 단독보도로 알려진 ‘프로듀스 X 101’ 투표결과 조작사건 핵심 피의자인 제작진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사실은 검찰·경찰 어느 수사기관에서도 공개되지 않았다. 구속영장심사 일정이 이미 다음날로 잡혀 있던 4일 늦은 밤 정보를 입수한 기자 역시 당황했다. 이 정도 사안이면 당연히 검찰이나 법원에서 청구 사실, 혐의와 대상에 대해 공지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깜깜이 영장청구’ 1호 케이스다.
훈령대로라면 앞으로는 ‘깜깜이’가 예외가 아닌 일상이 된다. 고위 공직자나 재벌 총수가 부패범죄를 저질러 구속돼도 “아무것도 확인해 드릴 수 없습니다”가 유일한 수사기관의 답변이 될 것이다. 수사기관에 기자를 만나지 않을 ‘편리한 핑계’를 부여하는 것은 국가권력의 오·남용을 통제하겠다는 검찰 개혁의 취지에도 역행한다.
단순히 기자로서 취재환경이 악화되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다. 국민의 권리조차 ‘깜깜이’가 될까 우려해서다. 민주주의는 정보를 통해 비로소 가능해진다. 가장 폐쇄적인 출입처로 꼽히는 수사기관에 대한 취재가 차단되면, 국민들이 정보를 얻을 길 역시 막힌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계엄령 문건에 ‘언론매체 통제방안’이 따로 명시돼 있었던 이유다. ‘깜깜이’는 민주주의와 함께 갈 수 없다.
ohjh@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