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 전문가들이 공직선거법 제250조는 죄형 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기에 헌법상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의 헌법적 쟁점과 해석 토론회’에 참가한 법학 전문가들이 이런 견해를 밝혔다. 이날 포럼은 한국공법학회 헌법포럼과 김영진·조응천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한 행사다.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항소심 유죄 판결이 토론회의 주된 쟁점이 됐다. 공직선거법 제250조를 위헌적으로 해석했으므로 이 지사는 무죄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9월 수원고등법원은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이 지사에게 허위사실공표죄를 적용해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판결의 해석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상태다.
이날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은 김대환 한국공법학회장은 “공직선거법이 선거의 공정성 확보에 기여한 측면도 있지만 많은 규제 조항이 있어 왔기 때문에 선거운동의 자유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율해야 한다는 학계의 의견이 많다”며 “선거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이기 때문에 규범적 정착이 중요한 과제”라며 토론의 문을 열었다.
발제자로 참여한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한국공법학회장)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2심 판결은 공직선거법 제250조를 위헌적으로 해석하거나 법률의 취지를 오해해 적용하였으므로 파기돼야 한다. 이 지사는 무죄”라 주장했다.
또 “허위사실공표죄는 사람의 ‘거짓말’을 처벌하려는 조항이 아니다. 상대방이 주도하는 토론 중 충분한 답변 시간이 없던 상태에서 발언한 단적인 표현 자체를 허위사실 공표로 해석해선 안 된다”며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의 개념이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기본권 침해의 우려가 있고 죄형 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덧붙였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은 ‘후보자 및 가족의 출생지ㆍ가족관계ㆍ신분ㆍ직업ㆍ경력등ㆍ재산ㆍ행위ㆍ소속단체, 특정인 또는 특정단체로부터의 지지여부 등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경우’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중 ‘행위’라는 용어의 모호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유권자의 정치적 판단 능력에 대한 신뢰의 문제인데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발언에 현혹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우매한 엘리트주의적 관점”이라고 덧붙였다.
남경국 헌법학연구소장은 “제250조 제1항의 ‘행위’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같은 견해를 내놓으며 “국회는 신속하게 법을 개정해야 하고, 대법원은 해당 조항의 위헌성을 제거하고 헌법합치적으로 해석하여 판단해야 하며, 헌법재판소는 신속히 위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어 “토론 중 상대 후보자의 의혹제기 질문에 대한 답변 일부를 이유로 도지사직을 박탈하는 것은 항소심 재판부가 ‘과잉금지원칙’ 내지는 ‘비례원칙’ 심사를 하지 않은 것이며,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균형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지사의 발언이 나온 취지를 보면 사실 진술이 아니라 상대 후보자의 질문 의도를 파악하고 발언한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사실 공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옥주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한국헌법학회 부회장, 전 한국공법학회 부회장)도 “이 지사의 발언은 진실하지 못한 악의적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이를 통해 유권자들이 오도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지사의 답변 행위는 자신이 당선될 목적을 가지고 적극적 방법으로 허위사실을 대외적으로 공표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토론자인 박찬권 고려사이버대학교 법학과 교수 역시 “공직선거법 제250조와 같은 추상적 조항만을 근거로 국가가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는 전적으로 배치되는 방식으로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과잉금지 원칙 중 수단의 적정성에 반하는 것이기에 위헌”이라고 말했다.
/윤종열기자 yjy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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