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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입은 공주·편견 맞선 미혼모…흥행문법 새로 쓰는 그녀들

■ 여성 서사, 안방·스크린 대세로

드레스 탈피한 주체적인 공주

마을 생산력 주도하는 엄마들

히어로물 강력한 여성 앞세워

최근 대중문화의 큰 흐름에는 여성 서사가 있다. 스크린에서는 ‘82년생 김지영’이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키는 가운데 개봉을 앞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에서도 이전 디즈니 작품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여성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다. 이 밖에도 올해는 마블의 첫 여성 히어로 솔로 영화 ‘캡틴 마블’, 여성 경찰 콤비의 활약상을 그린 ‘걸캅스’ 등 여성 캐릭터들이 전반에 등장한 작품들이 두드러진다. 안방극장에서도 지난 6~7월 방영된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와 최근 SBS ‘시크릿 부티크’, KBS2 ‘동백꽃 필 무렵’,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 tvN ‘청일전자 미쓰리’ 등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돼 극을 이끌어가는 사례가 돋보인다. 여성 서사의 거센 흐름 속 최근 드라마와 스크린에서 틀을 깬 여성상으로 주목받는 캐릭터들을 살펴봤다.

‘겨울왕국 2’의 엘사




◇바지 입은 디즈니 공주, 엘사와 안나=젠더 역할에 있어서 가장 보수적인 가치를 지켜 오던 디즈니의 최근 변신은 놀랍다. ‘알라딘’에서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자스민 공주를 선보이더니 오는 21일 개봉하는 ‘겨울왕국2’에서는 더욱 진보한 여성상을 제시할 것으로 예고돼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겨울왕국2’에서는 여왕 엘사와 공주 안나가 거대한 바위 괴물보다 빨리 달리고, 바다를 얼리고, 미스터리한 가족의 역사를 파헤치는 인상적인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가장 놀라운 변화는 이들이 여성성을 강조한 전형적인 공주 드레스가 아닌 ‘바지’를 입고 등장한다는 점이라고 LA타임스는 최근 전했다. 이 영화의 제니퍼 리 감독은 할리우드 시사회 당시 “두 여성은 왕국의 무게를 짊어져야 하므로 그에 부합하는 의상을 입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천만 관객’ 동원 가능성이 높은 이 작품의 진일보한 여성상이 어린이 관객들의 젠더 감수성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KBS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


◇동네 ‘쭈구리’를 가장한 ‘맹수’, 동백=KBS ‘동백꽃 필 무렵’의 미혼모 동백(공효진 분)은 아들과 함께 시골 마을 옹산에 터를 잡고 술집 까멜리아를 운영한다. 고아 출신에 술을 파는 젊은 미혼모라는 편견 때문에 숱한 오해와 텃세에 시달린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신을 지키는 강단과 원칙이 있다. 겉으로는 온순해 보이지만 속은 ‘맹수’ 같은 여성이다. 평소에는 물 밖으로 콧구멍만 내놓고 숨죽이고 살지만, 물에서 나와 들이받으면 밀림을 평정할 수 있는 ‘하마’ 같은 사람이랄까. 그동안 자신이 불편한 것을 감수하며 묵묵히 살아온 그는 자신이 얼마나 빛나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알려주는 용식을 만난 이후 무서운 하마 본능을 표출하기 시작한다. 작품 속 동백은 시골에서 술집을 하는 미혼모가 이토록 매력적이고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보여주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드라마 배경인 옹산이 여성 중심의 마을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게장 골목 중심으로 상권이 조성된 이 마을에서는 여성들이 마을 생산력의 핵심이다.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은단오




◇‘엑스트라’ 운명을 거스르는 여고생, 은단오=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여고생 은단오(김혜윤 분)는 어느 날 자신이 진짜라고 믿어온 세상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이 사는 세계가 순정만화 속 이야기이며, 본인은 주인공을 위한 엑스트라일 뿐이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은단오에게 주어진 설정은 10년째 한 사람을 짝사랑하는데다, 심장병을 앓고 있는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 하지만 은단오는 작가가 만들어놓은 설정을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순정만화 속 엑스트라인 그는 작가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지만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내가 나를 중심으로 세상을 보면 그게 바로 주인공”이라고 믿는다. 운명을 바꾸고야 말겠다는 강한 열망을 갖는 은단오가 또 다른 엑스트라 하루(로운 분)와 힘을 합치면서 극은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영화 ‘캡틴 마블’


영화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세계를 구하는 여전사, 캡틴 마블과 사라 코너 =올해 외화는 세계를 구하는 주체로 여전사를 전면에 내세워도 흥행할 수 있다는 것을 톡톡히 보여줬다. 전 세계를 강타한 ‘미투(#Me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의 진원지인 할리우드답게 일상 속에서의 ‘은근한’ 여성 서사가 아닌 강력한 여성 히어로를 캐릭터 자체로 내세우면서 관객을 사로잡았다. 올 초 마블 스튜디오는 처음으로 여성 히어로 시리즈인 ‘캡틴 마블’을 선보여 국내에서만 580만 이상을 동원했다. 최근 개봉한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역시 1991년 시즌 2 이후 등장하지 않았던 여전사 사라 코너를 스크린에서 살려내는 동시에 새로운 여성 캐릭터인 슈퍼 솔저 그레이스를 만들어냈다. SF 액션 블록버스터에서 ‘여전사의 조상’과 같은 코너를 ‘노년의 여전사’로 불러낸 점도 의미심장하다. /김현진기자 연승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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