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너무 외롭다고 느껴질 때면 외로운 제프에게 걸려왔을 7만통의 전화를 떠올린다. 외로운 것은 비단 나만이 아니라고, 인간은 이렇게도 외로움을 타는 존재라고, 또한 그 외로움을 함께 나눌 수도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면 약간 안심이 된다.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철학적·당위적 관점에서 바라봤던 ‘행복’을 과학적으로 고찰한 학자다. 흔히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들 하지만, 그의 연구에 따르면 사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행복해지려고 애쓰도록 세팅된 동물이다. 즉, 행복감을 느끼지 않으면, 누군가와 함께하고 있다는 실감이 없으면 우리는 진화론적으로 죽음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뭐든 대화하고 싶을 때마다, 그러나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마다 외로운 제프를 생각한다. 그의 전화를 뜨겁게 울렸을 7만가지의 외로움을 생각한다. 잊지 말 것. 외로움의 바닥에 가라앉아 있을 때는 제프처럼 최선을 다해 기어 나와 구조신호를 울려야 한다. 사람 곁으로 가야 한다.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결국 사람뿐이므로.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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