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에 헌혈증 119장 '이름없는 온정'

익명의 기부자가 서울 영등포소방서에 놓고 간 헌혈증과 엽서

‘소방의 날’에 소방서를 찾아 헌혈증 119장을 건네주고 간 ‘이름없는 기부자’가 화제다.

13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소방의 날’이던 지난 9일 오전 한 시민이 영등포소방서 현장대응단 사무실을 찾아와 헌혈증 119장을 익명으로 기부했다. 하얀 봉투를 들고 온 이 시민은 사무실에서 근무 중이던 이정석 소방교가 내용물에 대해서 묻자 “줄 사람이 있다”고만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봉투 안에 헌혈증이 들어 있는 것을 본 이 소방교는 곧바로 이 익명의 시민을 부르며 따라나섰지만 그는 뒤를 잠깐 돌아본 후 발걸음을 다시 재촉해 떠나가는 바람에 상세한 사연을 듣지는 못했다고 한다.



봉투 안에는 헌혈증 119장과 함께 손글씨로 ‘11월9일 소방의 날에 그동안 헌혈한 119장을 기부합니다. 소방관분들을 통해서 좋은 곳에 쓰이고 싶습니다. 뜻있는 곳에 사용해 주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엽서가 함께 있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익명의 기부 시민 뜻에 따라 헌혈증이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쓰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명호 영등포소방서장은 “독도 헬기 추락 사고로 소방 가족 모두가 추모 분위기 속에 소방의 날을 조용히 보냈다”며 “헌혈증서 기부로 현장에서 근무하는 소방대원에게 감동과 용기를 불어넣어 주신 익명의 시민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