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해외 순방 중 이례적으로 홍콩 시위의 폭력 종식을 강력히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무력 개입 등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서기 앞서 최후 통첩을 날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15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14일(현지시간) 브라질에서 열린 브릭스(BRICS)의 한 부대 행사에 참석해 홍콩의 폭력과 혼란의 종식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 주석은 홍콩의 폭력 시위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마지노선에 도전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해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홍콩의 가장 긴박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이 그동안 수많은 해외 순방 중 자국 내 현안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발언은 사실상 중국 지도부의 홍콩에 대한 다급한 상황 인식과 더불어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울러 시 주석은 홍콩 질서 회복의 주체로 홍콩 정부와 경찰, 사법 기관을 차례로 거명하면서 지지 입장을 보내기는 했지만 ‘질서 회복’에 방점을 찍어 연말까지 시위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중국 정부가 직접 개입할 것이라는 강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매체들은 시 주석의 이 발언을 일제히 보도하면서 홍콩 폭력 범죄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지지한 것이라고 전해 중국 무장 경찰 등 중국군의 투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4일 상하이에서 캐리 람 홍콩 특구 행정장관을 만나 “법에 따라 폭력 행위를 진압하고 처벌하는 것은 홍콩의 광범위한 민중의 복지를 수호하는 것이니 절대 흔들림 없이 견지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처럼 중국 최고 지도자가 특정 사안에 대해 불과 열흘 새 두차례나 언급했다는 것은 홍콩 문제가 중국 지도부의 최대 우선 현안이 됐으며 중국군 투입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조속한 마무리를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홍콩 정부는 19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가 끝나고 시 주석이 캐리 람 장관을 만난 뒤 시위 진압에 초강경 모드로 돌입해 경찰의 실탄 사격도 주저하지 않으며 시위자 검거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다. 홍콩에서는 오는 24일 구의원 선거를 연기하는 방안, ‘긴급법’을 확대 적용해 야간 통행 금지를 하거나 최악의 경우 계엄령을 발동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면서 중국군 투입의 징조가 보이고 있다.
아울러 시진핑 주석이 브릭스 정상회의가 열린 브라질에서 홍콩 관련 발언은 한 것은 미국과 영국 등 서구 국가에게 홍콩은 내정이니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날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 문제 전문가인 리샤오빙 난카이대 법대 교수는 “시 주석이 브릭스 회의에서 홍콩 문제를 발언한 것은 국제사회에 이해를 얻음과 동시에 홍콩 사태 격화를 조장하는 외세에 경고하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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