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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정치] 임기 절반 지난 이인영 與 원내대표에게 바라는 점

매주 노동계·재계 관계자 한 자리에 모아

대화 통한 스몰딜 이끌어내겠다고 했지만

노사와 따로 회동만...전체 모임은 계획 중

탄력근로 기간 확대 등 주52시간 보완책은

ILO 협약 비준 동의와 얽혀 점점 꼬이기만

세제지원 확대·규제 완화도 성과는 '아직'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새로운 사령탑을 뽑는 경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지난 3월의 어느 날. (이인영·노웅래·김태년 의원은 공식적으로는 4월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사실 ‘3파전’은 올 초부터 뜨겁게 전개됐다.) 당시 이 원내대표 후보가 비공식적으로 마련된 자리에서 한 말은 귀를 의심케 했다. ‘이 의원이라면 이 질문에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이 이슈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고 했던 예상이 여지없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원내대표가 되면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재계·노동계 관계자와 함께 매주 회의를 가질 생각입니다. 한번에 모든 걸 해결하는 이른바 ‘빅딜’, 사회적 대타협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매주 마주앉아 격의 없이 대화를 하다 보면 ‘스몰딜’은 가능할 것이라 봅니다. 그런 게 쌓여가다 보면 결국 사회적 대타협도 가능할 것입니다. 일단 모임을 정례화하는 게 그 첫 단추가 될 겁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이호재 기자


8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당시의 ‘워딩’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대략의 얘기는 이랬다. 이 말까지는 여당 원내대표 후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조만간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폭을 결정하는 논의를 시작할 때인지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의 최저임금 인상폭에 대한 이 의원의 입장이 궁금해 물었다. 어구 하나하나에 대한 기억은 어렴풋하지만 취지만큼은 또렷하게 기억나는 그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자영업자와 영세 중소상공인이 최저임금 인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재정을 투입해 노동자의 임금을 직접 보전해주는 것보다는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강화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그런 세제지원 확대 대상에는 대기업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기업의 설비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세제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입니다.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 강화가 소위 나쁜 ‘친기업 정책’이라고만은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보좌진에게 물어봤다.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느냐고. 그랬더니 그는 즉답은 하지 않고 유머를 섞어 에둘러 답했다. “과거 이 의원과 함께 했던 이 가운데서 옛날의 이 의원이 더 좋았다고 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이 원내대표와 생각을 공유한 이 역시도 그의 변화를 인정한 것이었다. 경선에서 이 원내대표를 전폭 지지한 한 친문(친문재인) 의원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이 의원과 만나 그의 생각을 들었는데 사실 깜짝 놀랐습니다. 이 의원이 ‘중도’를 지향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그건 이 의원 입장에서 보면 ‘우향우’ 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의원을 지원했습니다.”

그렇다면 원내대표에 오르기 전 그가 했던 약속은 과연 얼마나 지켜졌을까. 우선 토요일에 편한 차림으로 재계와 노동계 관계자가 이 원내대표의 중재로 회동을 가졌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언론이 모르게 모이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같은 모임은 성사되지 않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몰딜조차도 이뤄지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노동 현안은 점점 꼬여만 가고 있다. 일례로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 논의는 선택근로 정산기간 확대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동의 등의 이슈와 맞물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어렵사리 총론에서 합의에 이른다 해도 구체적인 기간 다시 말해 각론에서 다시 협상이 막힐 가능성이 다분하다. 내년 4·15 총선이 다가올수록 합의를 도출해낼 여지는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이호재기자


세제 지원과 관련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고 있는 않은 상황이다. 경영계는 여전히 규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안을 보면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적지 않다. 재계에서는 이 원내대표가 ‘검찰 개혁’에 쏟고 있는 열정의 절반만이라도 기업 살리기에 써줬으면 좋겠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이 원내대표의 임기도 이제 절반이 지났다. 검찰 개혁이라는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것도 좋지만 한 번쯤 원내대표에 오르기 전 그가 한 약속을 떠올려보고 하나씩 이행해 나가는 것은 어떨까. 노동계와 재계의 만남을 주선해 양보를 이끌어냄으로써 꼬인 실타래 풀기, 규제의 굴레를 벗어나 기업이 뛸 수 있는 환경 조성하기…. 원내대표 후보 시절의 의지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겠는가.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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