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조정대상 지역에서 제외된 부산과 일산 지역의 ‘원정 갭투자’ 현상을 보도한 기사의 네이버뉴스 댓글창에는 200여 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기사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부산과 일산 지역에 부동산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는 특히 일산 지역의 집값에 대한 관심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집을 사는 사람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받지 않고, 다주택자도 집을 팔 때 양도소득세 중과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집을 사고팔기 좋은 환경이 되는 셈이지요.
■ 왜 일산?…총선 앞두고 지역구 챙기기 vs 집값 하락 따른 수순
지난 8일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놓고 내년 총선을 의식해 여당 주요 인사들의 지역구에 특혜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지역은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동래구, 수영구와 경기 고양시, 남양주시 일부 지역입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는 뜻은 해당 지역의 주택 가격이 높지 않아 규제가 필요 없다고 정부가 판단했다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러나 우연의 일치인지 해제된 지역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텃밭이거나 내년 총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지역구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해석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특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양시 정(일산 서구) 지역구 의원이어서 첫 번째 댓글과 같은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보수의 텃밭으로 불렸던 부산은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표심을 사로잡으면서 내년 총선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한쪽 부동산을 묶으면서(분양가 상한제) 다른 쪽을 풀어주면(조정대상지역 해제)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주 서울경제의 기사 역시 이 같은 풍선효과로 인해 부산과 일산에 ‘원정 갭투자’를 문의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 발표 하루만에 부동산이 움직인다고?
조정대상지역 해제 발표 이튿날인 8일 부산·일산 지역의 갭투자 기사가 나오자 ‘하루 만에 어떻게 아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해당 기사에서 일산 서구의 후곡 9단지를 사례로 든 것을 지적하며 실거래는 몇 없는데 과장된 기사가 아니냐는 내용의 댓글도 있었습니다. 고양시 일산 서구의 H 공인대표는 조정대상지역 해제 발표 후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3일 “확실히 발표 이후 반응이 있다. 호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한 주간 거래량도 늘고 거래 가격도 상승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가격 변동 폭이 크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집주인들이 더 큰 폭의 가격 인상을 기대하면서 매물을 거둬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일산 서구 후곡동은 “대곡~소사선 일산역 연장 확정과 조정대상지역 해제까지 맞물려 더더욱 호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 정책을 발표했지만, 그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잠잠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은 듯 합니다. 오히려 풍선효과가 불과 며칠 만에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지난 1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 시점에서 종합부동산세 과세 강화나 대출 규제와 같은 추가 부동산 시장 대책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정부의 이번 부동산 대책이 과연 집값 상승세를 꺾을 수 있을지, 오히려 부작용만 커지지는 않을지 좀 더 두고 봐야겠습니다.
/정현정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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