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는 17일 제80회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114년 전과 같은 통한을 다시는 겪지 않을, 힘차고 미더운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 후대에 남기겠다”고 약속했다. 또 “벌써 70년을 훌쩍 넘긴 분단을 지혜롭게 극복해가면서 한반도 평화정착으로 착실히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서울 덕수궁 중명전에서 열린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서 “그것이 들꽃처럼 사셨으나 불꽃처럼 싸우다 스러지신 선열들에 대한 후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중명전은 망국의 통한이 서린 곳”이라며 “1905년 오늘 이 자리를 일제는 총칼로 에워싸고 을사오적을 앞세워 대한제국의 국권을 빼앗았다”고 말했다.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이 중명전 앞에서 열린 건 올해가 처음이다. 망국의 치욕을 새기고 선열들의 피어린 투쟁을 기억하자는 뜻에서 을사늑약 강제 체결 현장에서 기념식을 치른 것이다.
이 총리는 “그 을사늑약을 황제는 거부했으나, 무기력했다. 대신은 반대했으나, 중명전 마루방에 갇혔다”며 “늑약 소식에 선비들은 자결했고, 백성들은 의병으로 봉기했으며, 상인들은 철시했으나 끝내 나라는 1910년 8월 29일 병탄을 당했다”고 그 날을 기억했다.
“선열들, 들꽃처럼 사셨으나 불꽃처럼 스러져”
이 총리는 당시 온 나라가 망국의 비통함에 잠겼지만 나라를 되찾으려는 노력이 곧바로 전국 방방곡곡은 물론 해외에서도 잇따랐다고 강조했다.
먼저 이 총리는 “선열들은 들꽃이었다”고 말했다. 농부와 상인, 기생과 지게꾼 등 주변에서 알아주지 않았으나 질기게 살던 들꽃 같은 백성들이 항일투쟁의 맨 앞줄에 섰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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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총리는 “선열들은 불꽃이었다”고 말했다. 낫과 곡괭이를 든 의병으로서, 중국과 연해주에서 풍찬노숙하는 독립군으로서 나라를 위해 불꽃처럼 싸우다 스러졌기 때문이다.
이 총리는 “순국선열들의 피를 딛고 조국은 빛을 되찾았다”며 “그런 조국에서 지금 우리는 풍요와 안락을 누리며 산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각계 각층에서 선열들의 수난과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올해 역대 최대인 647명의 독립유공자 발굴 및 포상, 국외 독립 유공자 유해 국내 송환, 중국 충칭의 광복군 총사령부 복원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그러나 이 총리는 “그러나 불행하게도 조국은 광복과 함께 남북으로 갈렸다”며 “선열들은 조국이 둘로 나뉘어 후손들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며 살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으셨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항구적 평화 구축, 선열에 대한 후손의 도리”
이 총리는 “남북은 모든 어려움을 넘어 서로 화해하고 협력하며 언젠가는 이룰 통일을 향해 한 걸음씩이라도 다가가야 한다. 다시는 전쟁 하지 않을 항구적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며 “그것이 온전한 독립 조국을 꿈꾸었을 선열들에 대한 후손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또 이 총리는 “우리는 밖으로 당당하고 안으로 공정한 나라를 이뤄야 한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번영의 과실을 조금씩이라도 나누는 포용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며 “그것이 들꽃처럼 사셨으나 불꽃처럼 싸우다 스러지신 선열들에 대한 후대의 의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서는 항일 비밀결사 ‘독서회’를 만들어 활동하다 체포돼 옥중에서 순국한 고 권태용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이, 비밀결사 ‘무등회’를 조직해 민족의식을 고취하다 옥고를 치른 고 신균우 선생에게 애족장이 수여됐다. 일본인 교사의 민족차별에 저항하다 옥고를 치렀던 지익표 선생은 대통령 표창 수상자로서 기념식을 함께 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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