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는 한일이 풀어야 할 문제로 한미동맹과 전혀 관계없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3실장’ 합동 기자간담회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부당성과 별개로 한일 지소미아가 한미동맹과 관계가 없다고 말하기에는 한미 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미국은 8월22일 청와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불만을 격하게 쏟아냈다. 이후 전·현직 고위 관리의 입을 통해 계속해서 한국에 지소미아 결정 재고를 종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일 안보협력 등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데 대해 단순히 기존의 동북아 영향력 유지 차원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급부상한 중국에 대한 견제책의 하나로서 한미일 3국 협력체계를 중시하고 있는 미국의 글로벌 안보전략을 한국이 결과적으로 흔든 격이 돼버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은 아시아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소(小)다자주의로 한미일, 미·일·호주, 미·일·인도 등의 협력을 들고 있다”며 “이 중에서 중국 견제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게 한미일 3국 협력”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일 지소미아 종료는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태평양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매우 큰 안보 전략적 손실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이를 알고 의도적으로 미국의 한일관계 개입을 유도하기 위해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빼 들었던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한국은 지소미아를 중단함으로써 미국을 자극해 일본의 태도를 변화시키려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다”며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명분과 논리만으로 미국에 한국 편을 들어달라고 하기에는 일본이 오랫동안 물질적·인적 공세를 통해 쌓아올린 미일관계가 너무 단단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더 냉정해져야 하는 상황이다. 김 교수는 “한미일 안보협력은 대북 억지력 등 한반도의 안보 이익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게다가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미동맹 및 한미일 협력이 부재한 경우 한반도는 ‘제2의 애치슨라인’ 밖에 놓일 수 있으며 미중 사이에서의 전략적 균형 자체를 논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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