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산타운, 송파구 문정시영아파트 등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사업단지 7곳 모두가 수직 증축을 선택했다. 수직 증축 리모델링의 수익성을 결정할 ‘내력벽 철거’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계획서를 일제히 제출한 것이다. 연말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할 내력벽 관련 용역 결과에 따라 이들 단지의 사업이 무산될 수도 있어 이목이 쏠린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 7곳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서울형 리모델링은 지역 주민 누구나 이용 가능한 커뮤니티 시설을 개방하는 대신 서울시가 리모델링 비용 일부와 행정절차 등을 지원하는 사업 모델이다. 지난해 6월 중구 남산타운아파트, 신도림 우성아파트, 송파구 문정시영아파트, 길동 우성2차아파트 등 시범단지 7곳이 선정된 후, 각 구청에서는 리모델링 사업 타당성 검토를 포함한 용역을 진행해 왔다. 이번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는 해당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당초 서울시에서는 대수선과 수평 증축, 수직 증축, 수직+수평 증축 등 다양한 리모델링 방식을 제안했으나 7곳 모두가 수직+수평 증축 타입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최대 3개 층까지는 수직 증축이 가능한데, 단지별로 2~3개 층을 수직 확장하기로 한 것이다. 단, 남산타운아파트의 경우 남산 조망 문제가 있어 추가 검토를 거친 뒤 12월께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사업계획서 제출을 시작으로 단지별 사업설명회와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서 수집 등 리모델링을 위한 절차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암초가 남아있다. 내력벽 철거 가능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내력벽 철거가 허용돼야 평면을 다양화할 수 있기 때문에 내력벽철거 여부는 리모델링사업의 수익성을 가르는 중요한 열쇠다. 국토부에서는 안정성 문제를 이유로 현재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인데, 연구 용역 결과는 연말께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시는 내력벽을 유지한 상태에서 리모델링하는 안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웠지만, 주민들과 업계는 내심 국토부의 내력벽 철거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력벽 철거가 불가할 경우 수익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주민 동의를 얻기가 어려워진다”며 “시범단지는 물론 리모델링 업계 전체가 국토부의 연구 용역 결과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변수도 있다. 서울시가 수립 중인 리모델링 가이드라인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커뮤니티 시설이나 주차장 등을 지역 주민과 공유하는 ‘지역공유시설 등 공공 기여’ 기준을 담고 있다. 현재 재개발·재건축에만 부여하는 기부채납 의무를 리모델링으로 사실상 확대하는 정책으로 볼 수 있는데 서울시가 최근 수립한 가안과 관련 주민들이 비용 문제 등으로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송파구 문정 시영아파트와 건영아파트, 강동구 길동 우성2차아파트 등은 분양가 상한제도 고려해야 한다. 국토부가 발표한 27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단지도 일반 분양 가구가 30가구 이상일 경우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을 받는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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