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오는 26일 새 회장을 뽑는다. KPGA는 야구·축구 등 7개 프로스포츠 단체 중 하나. 이 단체의 18대 회장 선거가 유독 주목받는 것은 16·17대 선거 과정에서 보였던 진흙탕 싸움의 ‘흑역사’ 때문이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지난 2011년 말부터 KPGA는 매번 회장 선출 문제로 내홍을 겪어왔다. 2012년 4월 어렵게 취임한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전임 집행부 일부 인사들의 몽니에 염증을 느끼고 석 달 만에 스스로 떠났다. 2015년 말 선거에서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출마했으나 등록 이틀 만에 후보에서 사퇴했다. 3년여 전 전씨가 물러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단독 입후보한 양휘부 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이 당선돼 다음달까지 임기를 채우고 물러난다. 2015년 한 시즌 12개 대회였던 KPGA 투어는 2019시즌 15개 규모로 늘기는 했지만 양 회장의 공약과 협회 안팎의 기대에는 크게 못 미쳤다. 이번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30개 대회가 치러졌다.
18대 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한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이 대의원 투표에서 과반의 찬성표를 얻으면 KPGA는 박삼구 12·13대 회장 이후 9년 만에 기업인 회장을 맞는다. 목소리가 큰 회원들 간에 몇 차례 이견이 오고 간 끝에 고(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4남인 구 회장 쪽으로 중지가 모였다고 한다.
KPGA는 새 회장에게 바라는 것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 선거 때마다 보여온 낯부끄러운 밥그릇 싸움을 떠올리면 반대로 KPGA가 새 회장에게 비전을 보여야 하는 게 맞다. 스포츠 단체에서 4년 임기의 회장이 바꿀 수 있는 것은 많으면서도 적다. 그런 점에서 ‘좋은 회장 만들기’에는 협회 구성원이 해야 할 몫도 크다. 임직원과 회원들이 투어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스스로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일례로 우리 사회 전반의 세대갈등 문제는 KPGA의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젊은 선수들은 일부 노장 회원들의 도 넘은 선배 행세가 불편하다고 호소한다. 대회장을 방문할 때면 협회나 주최 측에 특별 대우를 요구하고 후배 선수들한테는 고압적인 자세로 선배 대접을 바란다는 것이다. 반대로 노장 회원들은 남자골프 전반에 대한 자신들의 기여를 인정받고 싶어한다. 이런 세대 간 갈등과 단절은 사실 회장이 나서서 중재하기 힘든 부분이다. KPGA는 오랜 흥행 부진의 원인을 멀리서 찾으려고 하지만 답은 어쩌면 훨씬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모른다. KPGA가 먼저 달라져야 한다.
migue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