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최대 수련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법 준수의 일환으로 도입된 ‘EMR(환자정보기록) 셧다운제’가 오히려 전공의들을 의료법 위반으로 내몬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8일 수련병원이 수련시간을 지키기 위해 근무시간을 초과한 전공의에게 다른 사람의 아이디를 사용하도록 종용하고 있다며 EMR 셧다운제 폐지를 촉구했다. EMR 셧다운제는 일정 수련시간이 지나면 강제로 전공의의 접속을 차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 80시간을 초과하면 다른 전공의 아이디를 빌려 EMR에 접속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게 대전협의 지적이다.
대전협은 전공의 1,076명을 대상으로 EMR 셧다운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타인의 아이디를 사용하는 의료법 위반 사항이 제보됐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전공의 85%가 EMR 접속차단이 업무량을 줄이거나 퇴근 시간 보장에 도움이 안 된다고 답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A 전공의는 “업무량이 많아 도저히 정규 근무시간 내에 해결할 수 없다”며 “그렇다고 교수가 환자를 봐주지도 않아 어쩔 수 없이 다음 당직 전공의의 아이디를 빌려 처방을 낸다”고 말했다. 지방의 B 전공의는 “병원 수련담당 부서 및 의국에서 대놓고 당직자 아이디 사용을 종용하고 있다”며 “전공의법 때문에 근무시간 외 처방을 냈다가 걸리면 오히려 전공의가 사유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지현 대전협 회장은 “EMR 셧다운제가 전공의 수련 교육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책이 아니라 오히려 법을 위반하게끔 전공의를 내몰고 있다”며 “EMR 셧다운제 폐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신혜인턴기자 happysh040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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