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저 직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가 의결되자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 게시물에 욕설 댓글을 남긴 아시아 지역 전 대사에 대한 징계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아시아 지역 한 국가의 전 대사인 A씨가 외교부를 상대로 “감봉 및 정직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씨는 앞서 B 국에서 주재 한국대사로 일하던 시절 관저 요리사 등 직원들의 휴게 시간을 보장해주지 않고, 공관 기사에게 주말이나 공휴일에 자신의 개인 차량을 운전하게 했다는 이유로 징계받았다. A씨의 부인도 쇼핑·골프 등 사적인 목적으로 공관 차량을 사용하는가 하면 요리사로부터 머리 손질을 받았고 관저 직원에게 직접 불만을 표출하는 등 ‘갑질’로 판단되는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부부의 부적절한 행동이 언론에 보도되자 A 씨는 이를 제보한 관저 요리사에게 보복하겠다는 취지로 말했고 관련 내용을 진술한 직원들을 불러 자신이 해명하는 내용의 동영상 촬영에 직원들을 강제로 동참시켰다. 또 A 씨는 대사관 총무서기관 등에게 “관련 직원 중 한명을 해고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고 직원들에게 ‘무고죄와 명예훼손죄가 무엇인지 찾아보라’고 하거나 ‘(외교부) 장관에게 당신들에 대해 조사하고 처벌하도록 자료를 공개하는 수밖에 없다’는 등의 협박성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징계가 의결된 후 페이스북에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에 A 씨 아이디로 욕설 댓글이 달렸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당시 A 씨는 “페이스북 아이디가 해킹됐다”는 거짓 해명을 내놓았다.
재판부는 이러한 A 씨의 비위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A 씨에게 내려진 각 처분이 징계기준에 부합하거나 오히려 징계기준보다 낮은 수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공관장이라는 자신의 지위와 권한을 부당하게 이용해 공관원들에게 소위 ‘갑질’을 하고 공관 자산을 사적으로 사용했으며 징계처분을 받고도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제보자들에게 2차 가해 행위를 했다”며 “비위 행위의 정도가 중하고 비난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 아이디가 해킹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를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고, 원고는 감사관실의 휴대전화 제출 요구를 거부하고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기도 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재판부는 “원고의 부적절한 언행과 처신이 언론에까지 보도돼 외무공무원에 대한 국민 신뢰가 심각하게 실추됐다”며 “징계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공직 기강의 확립이나 외무 공무원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 등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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