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색전 따위는 없다. 1라운드 첫 홀부터 전력질주다.
‘살얼음 승부’ ‘서바이벌 게임’으로 불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드순위전(시드전) 본선이 19~22일 무안CC 동코스(파72)에서 열린다. 참가자는 2019시즌 1부 투어 상금랭킹 60위 밖 선수와 2부 투어 중상위권 선수 등 총 128명. 이 중 30명 안팎의 선수만 내년 시즌 1부 투어 풀시드(전 경기 출전권)를 얻는다. 삐끗하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경쟁률로 따지면 대략 4.2대1인 셈이다. 4라운드 전 홀 샷건(18개 홀 동시 출발) 방식은 예선과 같다. 예선은 지난 12~15일 무안CC 서·남 코스에서 3개 조로 나눠 2라운드로 치러졌다. 예선을 거친 100명은 이틀 경기 뒤 잠깐 숨을 돌린 후 다시 나흘 경기에 나서는 강행군을 이겨내야 한다.
대회 기간 최저기온은 영상 1도로 예보되고 있는데 매서운 바닷바람 탓에 체감기온은 훨씬 낮을 것으로 보인다. 1타에 운명이 엇갈리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 치러지기 때문에 대회장 분위기는 늘 싸늘하기만 하다.
1부와 2부 투어는 하늘과 땅 차이다. 1부는 거의 매주 총상금 최소 6억원이 걸린 대회가 기다리고, 조금만 경쟁력을 갖추면 든든한 후원사가 따라붙는다. 2부 투어도 최근 몇 년 새 발전을 거듭하고는 있지만, 상금이나 대중의 관심 등에서 1부에 비할 바 못 된다. 1부 투어 카드가 걸린 시드전은 그야말로 젖 먹던 힘까지 짜내야 하는 한판이다.
이번 본선 출전 선수 중에는 1부 투어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만 거의 10명이다. 백규정·최혜용·김혜선·김보경·윤슬아·김다나·정희원·박성원·심현화 등이다. 데뷔 시즌인 2014년에 3승이나 올렸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까지 경험했던 백규정은 “과거 좋았던 스윙 영상을 통해 리듬을 많이 보고 있다”며 “엄청난 노력 끝에 부활한 박인비 언니와 타이거 우즈는 내게도 힘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드전에서는 조아연이 1위를 차지했고 임희정이 4타 차 2위를 했다. 둘은 2019시즌 각각 2승·3승을 올려 신인상 포인트 1·2위를 차지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올해 시드전에서는 아마추어 시절 조아연·임희정과 숱하게 경쟁했던 19세 동갑내기 오경은이 눈에 띈다. 국가대표 출신 오경은은 2부 투어 시드전을 1위로 통과해 올 시즌 2부 투어 상금 26위에 올랐고, 시드전 예선 A조 7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2부 투어에서 외국인 첫 우승 기록을 쓴 첸유주(대만), 태국 국가대표 출신 깐야락 쁘리다숫띠짓, 대만의 베이브 루 등 외국 선수들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시드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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