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만취, 간 손상으로 이어져= 현명한 음주의 핵심은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적정량만 마시는 것. 우리 몸속에 들어온 알코올의 90%는 간에서 생성되는 알코올분해효소(ADH) 등에 의해 독성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무해한 아세트산으로 바뀐다.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몸속에 쌓이면 얼굴이 빨개지고 심장박동도 빨라진다.
주량은 ADH 등의 양이 크게 좌우하지만 누구나 30~50g(남자는 소주 5잔, 여자는 2~3잔) 정도의 알코올이 몸속으로 들어가면 간 손상이 시작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실 경우를 과음으로 간주한다.
간은 알코올과 같은 유해물질을 해독하는 기능을 하는데 지나친 음주로 간 손상이 이어지면 알코올성 간염, 지방간 등에 시달리다 급기야 간이 굳는 간경변까지 초래될 수 있다. 음주에 따른 간 손상은 80%까지 진행돼도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어 발견이 늦는 경우가 많다. 임형준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 건강은 한 번 나빠진 후에는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좋은 음주습관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물 많이 마시고 흡연 삼가야= 술을 마실 때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 위와 장 속의 알코올 농도를 낮춰 알코올 흡수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포만감으로 술을 덜 마시고 소변을 통해 알코올을 빨리 배출시켜 다음날 숙취를 줄여준다. 숙취는 사람에 따라 구역질과 구토감·두통·갈증·어지러움·근육통 등이 나타난다. 알코올은 뇌하수체의 항이뇨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소변을 자주 보게 하고 대장에서의 수분 흡수를 억제해 탈수를 일으킬 수 있다. 이는 혈중 알코올 농도는 물론 혈중 아세트알데하이드 농도를 높여 숙취 증상을 악화시킨다.
술자리에서 말을 많이 하면 호흡 과정에서 알코올이 10%가량 배출될 수 있어 술을 빨리 깨는 데 도움이 된다. 음주 때 흡연은 삼가는 게 좋다. 남효정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는 “술을 마시면 알코올을 해독하기 위해 간에서 산소요구량이 많아지는데 담배를 피우면 산소가 결핍돼 해독을 방해한다”며 “담배 속 니코틴은 위산 분비를 증가시켜 위장장애를 가중시키고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혈압도 높인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먹는 폭탄주는 과음과 숙취의 주범이다. 남 교수는 “통상 알코올 농도가 15~30%일 때 술이 가장 빨리 흡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맥주(4~5%)와 양주(30% 이상)를 섞어 마실 경우 가장 흡수가 잘되는 상태가 돼 빨리 취하게 된다”고 했다.
◇‘블랙아웃’ 잦으면 전문가 상담을= 알코올 대사 속도를 높이는 특효약은 아직 없다. 연말연시 이어지는 술자리에서 자주 인사불성이 된다면 스스로 알코올사용장애(알코올중독)가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알코올질환 전문병원인 다사랑중앙병원의 이무형 원장(정신건강의학과)은 “음주량에 대한 조절 능력을 상실한 상태라면 술을 마시는 양이나 횟수가 적더라도 알코올의존증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지난 6개월 동안 취중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이 2회 이상 발생하면 전문가를 만나 상담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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