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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초슈퍼예산 깎아도 시원찮을 판에 더 늘리다니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깎이기는커녕 10조원 이상 불어났다. 국회 17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18일 현재 예비심사를 마친 12곳 중 삭감이 이뤄진 곳은 기획재정위원회 한 곳뿐이다. 11개 상임위는 정부 원안보다 수조원에서 수백억원씩 늘렸다고 한다. 특히 표심 잡기에 도움이 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대거 증액됐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정부가 6,302억원 배정한 전국 하수관로 정비사업 예산을 두 배에 가까운 1조1,006억원으로 키웠다. 직접 현금을 뿌리는 예산을 늘리는 데도 합심해 교육위원회의 경우 누리과정 단가를 5만원 올리는 데 6,174억원을 추가했다.

이렇게 부풀려진 게 모두 10조5,950억원에 달한다. 이것만으로도 역대 최대 규모 증액이다. 나머지 5개 상임위까지 심사를 마치면 증액 규모는 이보다 커질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은 내년 총선을 겨냥해 의원들이 현금지원 사업과 SOC 예산을 늘리라는 요구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 예산안을 ‘총선용·선심성’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삭감을 예고했던 야당까지도 증액에 가세하고 있어 안타깝다. 말로는 감액을 외치면서 뒤로는 지역구 민원예산을 밀어넣는 표리부동한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지 않아도 내년 예산안은 513조5,000억원에 이르는 초슈퍼 예산이다. 철저한 심사를 통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걸러내야 할 국회가 되레 예산을 더 늘리고 있으니 기가 막힌 일이다. 국회는 매년 정부 예산안에 대해 현미경 검증을 하겠다고 벼르지만 제대로 된 적이 없다. 심사과정에서 끼워넣기 예산 등의 구태를 반복하는 통에 감액은 고사하고 오히려 증액되기 십상이다. 현 정부 들어서도 지난 3년간 늘어난 예산이 100조원을 넘을 정도다.



내년 국세수입이 올해보다 3조원 정도 줄어든 292조원대로 예상되는데 이런 식으로 예산 늘리기가 계속되면 국가재정이 급속도로 악화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국회가 예산안을 꼼꼼히 들여다봐서 아껴 쓸 방안은 연구하지 않고 선심 쓰듯이 퍼줄 궁리만 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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