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VIP’ 장나라가 ‘불신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차가운 냉기’에 갇혀버린, 여자의 심리를 ‘극강의 침묵 열연’으로 표현, 안방극장의 소름을 끌어냈다.
장나라는 SBS 월화드라마 ‘VIP’(극본 차해원/ 연출 이정림/ 제작 더스토리웍스)에서 결혼 후 평범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당신 팀에 당신 남편 여자가 있어요’라는 익명의 문자를 받고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지게 되는 나정선 역을 맡았다. 지난 18일 방송된 ‘VIP’ 5회에서 장나라는 자신을 배신한 남편에 대한 의심을 떨칠 수 없는 여자, 그러다 자신의 친구마저 의심하고는 자괴감에 완전히 무너져버린 심리를 텅 빈 눈빛, 공허한 한숨 등 극도의 세심한 내면 연기로 그려냈다.
극중 나정선(장나라)은 남편 박성준(이상윤)과 친구 이현아(이청아)가 한밤중 단둘이 회사에 남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이현아가 문자 속 남편의 여자다’라는 의심을 하게 됐던 상황. 하지만 엄마의 빚 때문에 보석을 훔치려 했던 이현아를 박성준이 목격해 제지하고 위로해줬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자괴감에 사로잡혔다. 더욱이 이현아로부터 ‘넌 니가 다 알아야 한다, 니가 주인공이어야 한다’라는 가시 돋친 말을 듣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던 나정선은 결국 홀로 한강변으로 차를 몰고 가 핸들을 부여잡고 펑펑 눈물을 흘리며 몸부림을 쳤다.
하지만 다음 날 나정선은 아픈 감정은 숨긴 채 아무렇지 않은 듯 이현아를 대했고, 마케팅 팀과의 신경전 중에 나선 이현아에게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는 건 좋지만 예의를 갖춰 주셨으면 좋겠는데요”라며 냉랭한 기류를 뿜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남편의 여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다는 열망은 더욱 거세졌고, 나정선은 ‘사내 문자 시스템’을 활용해 자신의 자리에서 문자를 보냈을 누군가를 추적하기 위해 출입문 기록을 파헤치는 등 끊임없이 진실 찾기에 집착했다. 급기야 나정선은 답답한 마음에 멘토나 다름없는 장진철(장현성)을 찾아가 속을 털어놨고, 장진철로부터 ‘진실의 문을 열거나 닫아야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을 듣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먹먹한 눈빛만을 내뿜어 안방극장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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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빚에 시달리는 이현아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던 나정선은 얼마의 돈을 마련해 이현아에게 건넸던 터. 이어 당황하는 이현아에게 “니 말이 맞아. 나 오빠가 너랑 바람난 거 아닐까, 의심했어”라고 힘겨운 운을 뗐다. 그리고 그 여자가 나일 수도 있는데 왜 도와주고, 이런 말을 하느냐고 질문을 던지는 이현아를 한참 바라보던 끝에 “…너니?”라며 건조한 물음을 던졌다. 나정선은 놀라서 돌아보는 이현아를 향해 자포자기한 눈빛을 드리우며 한참을 침묵했고, 나정선의 한숨이 회의실에 한가득 맴돌며 날선 무드가 조성됐다.
이와 관련 장나라는 의심의 독이 켜켜이 쌓이던 끝에 산산조각 난 여자의 심리, 예민한 감정의 굴곡을 하나하나 잡아내 표현하며 극적 설득력을 부여했다. 특히 장나라는 바닥을 친 끝에 냉기만 남은 마음을 스산한 침묵과 텅 빈 눈빛으로 그려내 몰입을 배가시켰다. 이에 시청자들은 “역대급 내면 연기에 소름, 역시 장나라는 클래스가 다르다” “이렇게 두렵고 외로운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낼 수 있는 배우가 대한민국에 또 있을까” “내가 장나라가, 나정선이 되어버려서 펑펑 울었습니다” “장나라를 보는 이 드라마에 순간 훅 빠져들어 버렸다”는 폭발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한편 SBS 월화드라마 ‘VIP’는 매주 월, 화 밤 10시 방송된다.
/김주원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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