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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변죽만 울린 국민과의 대화 답답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저녁 300명의 국민과 마주 앉았다. 사전 각본 없이 즉석에서 질문하고 대통령이 답하는 ‘타운홀 미팅’으로, 대통령이 행사에 앞서 “작은 대한민국이라 생각하고 임하겠다”고 언급했듯이 국민의 의견을 가감 없이 듣기 위한 자리였다. 문 대통령이 ‘각본 없는 토론’이라는 부담을 감수하면서 소통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떨어진 국정 지지도를 높이고 남은 임기를 수행할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다. 특히 지역별·연령별·계층별 다양한 국민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100분에 걸친 대화가 끝나고서도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문 대통령은 민의를 경청하고 수용하기보다는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최저임금 인상 후유증과 주52시간제 강행에 대한 쓴소리에 대해서는 소득주도성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논란을 빚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문제에는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 없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남겼다.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규제책만 예고했다. 또한 북한 비핵화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잇따르고 있는데도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이 제거됐다”는 엉뚱한 진단만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도 아닌 일반 국민이 2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심도 있는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하는 것은 어려웠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행사의 한계는 분명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 나선 것은 전반기 국정 운영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자성과 이제라도 민의를 모아 새롭게 출발하겠다는 각오에서다.



문 대통령이 어제 행사를 전시성 이벤트로 끝낼 요량이 아니라면 100분간 국민들이 쏟아낸 수많은 질문과 답답한 호소에 하나씩 답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이제 공은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빛 바랜 청사진’에 집착하면 남은 2년 반이 지난 후에는 후회만 남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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