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감사원의 검찰 감사를 정례화하겠다고 나서면서 감사원 직무감찰의 권한을 놓고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감사원도 검찰에 대한 직무감찰이 가능하다며 법무부 방침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여서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길들이기’를 위한 수순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 18일 검찰 개혁의 후속조치로 검찰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정례화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그간 검찰이 준사법기관이라는 이유로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 제외되는 특권을 누려왔지만 검찰 업무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감사원 감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통보한 것이다.
하지만 개혁위 권고안에 검찰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들어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사·회계·정원 등 검찰 자체의 행정업무 외에 자칫 수사업무까지 감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감사원이 정례 감사를 시행하더라도 검찰 수사업무까지 들여다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감사원 감사 규정에 모호한 부분이 있어 향후 갈등의 씨앗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감사원 직무감찰규칙 제4조에 따르면 감사원은 행정기관의 준사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감사할 수 없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은 흔히 준사법기관으로 불리지만 준사법적 행위를 놓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예컨대 일선 검사가 뇌물을 받고 사건을 무마했다면 감사원이 해당 검사의 징계를 통보할 수는 있지만 사건 무마에 대해서는 감사가 불가능해지는 모순이 생긴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항목을 준사법기관이 아니라 준사법적 행위라고 규칙에 명시된 것이 문제”라며 “감사원은 얼마든지 직무감찰규칙을 자체적으로 변경할 수 있어 검찰 수사업무에 대한 감사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의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도 쟁점이다. 앞서 감사원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경찰청 감사를 실시해 67건의 지적사항을 통보했다. 이 중 교통사고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찰관들에 대해서는 징계를 권고하기까지 했다. 경찰의 사건 수사 및 조사를 준사법적 행위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감사원은 지난해 처음으로 대검·인천지검·부천지청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22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했지만 징계 요구 사안은 전무했다.
여당 일각에서는 감사원 직무감찰규칙을 수정해 이번 기회에 검찰 수사업무에 대한 감사도 명문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권한 남용이 제대로 통제되기 어려운 수사기관의 인권 침해를 막는 차원에서 검찰 수사업무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며 “감사원 같은 국가기관이 권한을 유연하게 해석해 인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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