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뿐이 아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 등 ‘데이터 3법’도 상임위 심사가 지연되면서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여야 합의로 본회의 통과를 공언했지만 상임위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입만 열면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의 중요성을 역설하지만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데이터 규제 해소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니 경제를 살릴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기업들이 호소해온 탄력근로제 확대 역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어렵사리 합의됐지만 여야 간 정쟁에 밀려 이제껏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산업발전법도 8년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이들 법안은 다음달 10일 마지막 정기국회가 끝나면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데도 여야는 18일 선거에 도움이 될 만한 일부 비쟁점 법안만 처리하고 민생국회라며 자랑하고 있다. 정치권이 총선에 정신이 팔려 기업과 경제를 내팽개쳤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무능 국회가 현실과 동떨어진 반시장 법안 마련에는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3년 반 동안 1,689건의 규제법안을 쏟아내 ‘규제 공장’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정작 하라는 개혁은 안 하고 규제만 쏟아낸 국회의 존재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옥상옥 규제가 넘쳐나는데 민생법안은 먼지만 쌓여가니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 오죽하면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이 “기업인들이 규제로 울고 있다”고 호소했겠는가. 이제는 국회도 소모적인 정쟁에서 벗어나 진정 국민 편익을 중심에 놓고 입법활동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의원들 밥값이 아깝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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