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가 20일(현지시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카운터파트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지목했다. 지금의 카운터파트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최 부상으로 급을 높여 실무협상에 무게감을 실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비건 지명자는 이날 미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에서 나와 협상해야 할 사람은 최 1부상”이라며 최 1부상이 김 위원장의 신임을 얻고 있는 ‘권한이 주어진 협상가’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비건 지명자는 김 위원장이 설정한 연말 시한을 앞두고 대미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북한에 ‘창이 열려 있다’는 말을 다섯 차례나 반복하며 북한에 협상 복귀를 촉구했다. 그는 “(대화의) 창이 여전히 열려 있다”며 “하지만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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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지명자는 “우리는 연말 데드라인을 갖고 있지 않다. 이는 북한에 의해 설정된 인위적인 데드라인이며 유감스럽게도 그들 스스로가 만든 데드라인”이라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비건 지명자는 연말 이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 “이 외교가 시작되기 이전보다 도발적인 단계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상상할 수 있다”며 “그것은 북한에 의한 거대한 실수이자 실기(a huge mistake and a missed opportunity)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미국의 대화 복귀 요구에도 북한은 미국의 선(先) 적대시 정책 철회를 주장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 1부상은 이날 러시아 외무부 측과 회담한 뒤 언론의 질문에 “메시지는 없고 이제는 아마 핵 문제와 관련한 논의는 앞으로 협상탁(협상테이블)에서 내려지지 않았나 하는 게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앞으로 협상하자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다 철회해야 핵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미국의 상응조치를 거듭 강조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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