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입주물량은 각 지역의 부동산 경기를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다. 아파트 공급량이 늘면 부동산 가격이 하방압력을 받고 반대로 공급량이 줄어들면 품귀현상 등으로 인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점 때문에 시장을 전망할 때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본지가 부동산114와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 등과 함께 오는 2020~2021년 서울 등 수도권 입주물량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 기간 총 입주물량은 감소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은 올해 4만2,934가구에서 2020년 4만1,923가구로 소폭 줄고 2021년에는 2만1,466가구로 크게 감소한다. 경기도 역시 2020년에는 11만7,997가구, 2021년에는 7만9,447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올해 입주 예정물량(13만9,737가구)과 비교했을 때 큰 폭으로 감소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지역별로는 온도 차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도 강동구 등 일부 지역은 국지적 공급과잉 경고음이 여전하다. 경기도의 경우 과천·안양 등 경부 1권과 포천·의정부 등 경원권은 2020~2021년 입주물량이 3년 평균 대비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집값 하방압력이 높아지는 셈이다. 반면 최근 몇 년간 공급 과다로 신음해온 안산·시흥·평택 등의 입주물량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에 긍정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서울 중·강북·도봉구는 ‘0’ 가구=이번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2020년과 2021년 2년간 입주물량 평균치는 3만1,695가구다. 최근 3년(2017~2019년) 평균 입주물량(3만6,874가구) 대비 14%가량 감소한 규모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서울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서울의 입주물량은 올해를 피크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권역별로 보면 특히 도심권(종로구·중구·용산구)의 경우 향후 2년간 입주물량이 최근 3년 평균 대비 18.7% 감소했다. 절대적인 공급물량도 1,253가구에 그쳤다. 강남 4구인 동남권도 3년 평균 대비 감소 폭이 10.5%를 기록했다.
구별로는 다소 차이가 있다. 자치구별로 입주 예정물량을 살펴봤을 때 앞으로 2년 동안 강동구에서는 7,673가구가 입주 예정으로 서울에서 가장 많았다. △영등포구(7,587가구) △은평구(6,657가구) △서초구(5,651가구) △강남구(5,360가구)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종로구는 58가구 입주에 그쳤고 강북구·도봉구·중구는 단 한 가구도 입주 예정인 단지가 없었다.
한 전문가는 “서울의 경우 입주물량이 계속 감소하는 가운데 강동구와 영등포구·은평구 등 일부 지역에 물량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도심권은 상대적으로 입주물량이 적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입주물량이 서울 집값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국지적으로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가하는 과천·안양, 줄어드는 안산·평택=경기도에서는 안산·평택·시흥·화성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서해안권의 입주물량 감소가 뚜렷하다. 서해안권의 입주물량은 2020년 4만7,807가구, 2021년 1만6,636가구로 이들 평균을 최근 3년 입주물량의 평균과 비교했을 때 절반 수준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안산과 평택 등 이들 지역은 현재도 공급과잉으로 신음하고 있다. 물량 폭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수원과 용인을 중심으로 한 경부 2권의 입주물량도 감소한다. 이곳은 지난 2018년 입주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연 5% 이상의 높은 가격 상승을 기록한 지역이다. 단기적인 입주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상승할 수 있었던 것은 올해 이후 공급물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20년과 2021년 경부 2권에는 각각 3,675가구, 9,421가구만이 입주 예정으로 최근 3년과 비교하면 73% 가까이 감소한다.
반면 경부 1권(과천·안양·성남·군포·의왕)의 경우 2020년부터 2년간 3만3,912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평균치를 최근 3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무려 129% 늘어난 수치다. 특히 2021년에는 2만1,950가구가 입주 예정으로 수도권에서 제일 많았다. 동두천·의정부·포천 등이 속한 경원권 또한 13% 상승했다. 동부 2권(이천·여주)의 경우 0%로 크게 변동되지 않았다.
윤수민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 책임연구원은 “특히 경기도 주택시장은 공급물량 감소와 저금리 등 긍정적 외부요인의 영향으로 서울 인접지역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며 “관심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주택공급과 가격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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