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간 이스라엘을 이끌어온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부패 혐의로 기소되며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21일(현지시간) BBC방송은 이날 이스라엘 검찰이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수수와 배임 및 사기 등 비리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로써 이스라엘 역사상 범죄 혐의로 기소된 첫 현직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그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장 10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검찰 기소 내용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최대 통신회사 베제크를 위해 규제를 풀고 5억2,000만달러(약 6,124억원) 규모의 이권을 챙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 그 대가로 베제크가 운영하는 온라인 매체에 지난 2015년 총선을 앞두고 네타냐후에게 우호적인 기사를 싣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에 호의적인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 한 혐의도 받는다. 여기에 영화 ‘프리티우먼’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아넌 밀천 등으로부터 수년간 ‘돔페리뇽’ 등 고급 샴페인과 ‘파르타가스’의 쿠바산 시가 등 수십만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성명을 통해 “검찰의 기소는 정치적 음모에서 비롯된 사실상의 쿠데타”라고 반박했다.
외신들은 이스라엘법에 따라 현직 총리가 기소돼도 당장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은 아니어서 네타냐후 총리가 최대한 총리직을 유지하려 할 것으로 내다봤다. BBC도 “항소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네타냐후의 정치적 생명력이 연장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이은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며 리더십에 큰 타격을 받은 네타냐후 총리가 도덕성에서도 흠집이 나면서 정치적 위상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퇴진 압박 또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기소 발표에 앞서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리쿠드당 내에서도 당 대표를 새로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예루살렘에 있는 총리관저 앞에서는 네타냐후를 지지하는 집회와 함께 그의 부패를 규탄하는 시위도 나란히 열렸다. 또 이번 기소로 연립정부 추진 계획은 더욱 안갯속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도정당 청백당의 베니 간츠 대표가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서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은 이날 의회에 총리 후보를 결정할 권한을 넘겼다. 네타냐후 총리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지만 이번 기소가 그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여 이스라엘이 세 번째 총선을 치러야 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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