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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창만필] 황제보톡스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

보톡스 이용한 주름 치료 효과

환자의 말 경청한 의사가 발견

文, 국민과의 대화 '쇼통' 지적

쓴소리도 듣고 국정에 반영해야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




주름제거를 목적으로 보톡스 시술을 하다 보면 얼굴 전체에 수십군데 주사하게 된다. 시술 직후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지만 주사 놓은 자리마다 바늘자국이나 작은 멍이 생기기 쉽다. 물론 바늘자국이 생겨도 여자들은 기초화장으로 가릴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화장을 하지 않는 남자들은 바늘자국이 표시 나기 십상이다. 바늘자국도 일종의 작은 멍이기 때문에 잘 눌러주면 표시가 거의 남지 않는다. 필자도 그런 사실을 모르다가 고객 중 한 명에게서 간호사들이 시술 후 주사부위를 거즈로 꽉 눌러주지 않아 평소와 달리 바늘자국이 오래갔다는 지적을 듣고 알게 된 사실이다. 이후 필자의 병원에서는 시술할 때 간호사들 2명이 함께 들어와 주사부위를 꼼꼼하게 잘 눌러 멍은 물론 바늘자국도 생기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간호사 2명과 필자의 손까지 합하면 6개의 손이 주사부위를 열심히 눌러주기 때문에 필자가 우리 병원에서 보톡스를 시술받는 고객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황제보톡스’를 맞는다고 자랑한다.





보톡스는 클로스트리듐 보툴리눔이란 세균이 만드는 신경독소로, 근육마비를 유발할 수 있는데 나노그램 수준의 극미량으로 정제해서 주사한 부위에만 국소적으로 작용하도록 개발된 약제다. 그런데 이 보톡스를 주름 치료에 사용하게 된 것도 환자의 말을 경청한 결과에서 비롯됐다. 1980년대 캐나다와 미국에서 보톡스의 근육마비 효과를 이용해 눈가 주변 근육이 떨리는 질환인 안검경련환자에게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런데 임상시험 종료 후에도 보톡스 주사를 계속 맞고 싶어하는 자원자가 있어 이유를 물어보니 부수적으로 주름이 펴져 계속 맞고 싶다는 것이었다. 담당의사였던 안과전문의 진 캐러더스 박사는 보톡스가 표정주름을 만드는 표정근육을 덜 움직이게 해 표정주름을 개선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충분히 공감했고, 자기 남편인 피부과전문의 앨러스테어 캐러더스 박사에게 그 사실을 알려줬다. 남편 캐러더스 박사는 보톡스를 이용한 주름치료 임상연구에 착수해 1991년 세계 최초로 보톡스를 이용한 미간주름 치료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CNN에도 출연해 주사 한 방으로 주름을 치료한다는 획기적인 사실을 널리 알렸고 현재까지도 보톡스 주름치료의 시조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환자의 말은 치료효과에 대한 피드백뿐 아니라 새로운 치료효과 발견으로 이어질 만큼 중요하다. 그 때문에 동서고금을 떠나 의사들 사이에서는 환자들의 말을 경청해야 하는 것이 금과옥조로 여겨진다.

며칠 전 MBC에서 방영한 문재인 대통령이 300명의 국민 패널과 함께 즉석에서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국민과의 대화가 화제가 되고 있다. 임기의 절반을 마친 문 대통령으로서는 국민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신뢰받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얻고자 기획한 행사였겠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MBC는 각본 없이 진행됐다고 주장하지만 1만6,000여명의 신청자 중 사전 인터뷰를 통해 껄끄러운 반문재인 층을 제외한 패널 선정, 반론을 통한 쌍방향 토론이 아닌 대통령의 원론적인 답변밖에 들을 수 없는 진행방식 등으로 문 대통령 지지층 팬미팅 수준의 ‘쇼통’이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질문 내용이나 답변에서도 대통령이 껄끄러워할 만한 질문도, 명확한 비전 제시도 없었을 뿐 아니라 여러 현안에 대한 현실인식도 일반인과는 많은 괴리가 있는 듯했다. 부동산 공급억제 정책과 특목고·자사고 폐지로 서울 강남을 필두로 한 서울 전역의 집값이 다시 뛰고 있어 서울에서 과연 집을 살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이 일반인의 현실인식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전국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부동산 정책을 잘하고 있고 자신 있다’는 기존 청와대의 자화자찬식 답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게다가 북미 핵협상이 답보상태에 있고 북한이 역대 가장 많은 미사일 발사실험과 핵실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가장 보람 있다’는 답변에서는 북한의 ‘삶은 소대가리’라는 비방을 욕할 수 없을 정도였다. 환자의 말을 경청해 치료에 반영하는 의사가 명의라면, 보여주기식 ‘쇼통’이 아니라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의 쓴소리까지도 경청해 국정에 반영하는 대통령이 좋은 대통령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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