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이 22일 안민정책포럼에서 “경제학은 200년 전통이 있는 학문인데 정부가 경제학원론과 싸우는 정책을 자꾸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며 “경제원리에 반하는 작위적 정책이 생산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정 전 총장은 “소득주도 성장이 (만들어낸다고) 하는 저소득층 소득은 대부분 이전소득에서 온다”며 “세금을 거둬 이쪽 주머니에서 저쪽 주머니로 옮기는 것일 뿐 새로운 소득을 창출한 게 아니다”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4분기 1분위(하위 20%) 소득이 증가한 점을 거론하며 “소주성 정책의 성과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외친지 하루 만에 원로 경제학자가 반박한 셈이다. 실제로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37만4,396원으로 1년 전보다 4.3% 늘었지만 혈세로 보전해준 이전소득이 11.4% 늘어난 덕분일 뿐 근로소득은 6.5%나 줄었다. 실상이 이런데도 대통령과 경제부총리도 모자라 방위비 협상 지원을 위해 방미 중인 여당 원내대표까지 페이스북에 “1분위 소득이 늘어난 것은 반가운 소식”이라며 콧노래를 부르니 이 정부 전체가 소주성에 대한 집단최면에 걸린 게 아닌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오죽하면 정 전 총장이 “대부분의 정책에서 전문가들이 소외되고 있다”며 현 정부의 아마추어식 정책을 질타했을까.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재단법인 여시재 행사에서 “집이 존재하지 않을 곳에 신도시를 공급해놓고 집값이 내려가야 한다고 하면 시장과 괴리 현상이 나타난다”며 이념에 매몰돼 도심 개발 대신 수요가 없는 곳에 신도시를 만드는 정부 정책을 꼬집은 것도 이런 안타까움 때문일 것이다.
정 전 총장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1985년 플라자합의로 시작됐지만 장기침체로 이어진 것은 근로시간 단축 정책 때문이었다”며 “우리의 주 52시간은 일본 정부가 폈던 것보다 강하다. 근로단축을 생산성 향상으로 보완하지 않으면 경제 성장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의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하며 노동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각별히 주문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가 이처럼 분명한데 현 정부는 언제까지 ‘소주성 찬가’만 부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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