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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오만인가 무지인가…한미일 vs 북중러 프레임 깨자는 靑

美, 인도태평양 전략에 도전국 명시

中·러 겨냥해 중거리 미사일 배치

韓, 아직 글로벌 패권 주도 못 해

한미동맹 기반에서 中 관계 고민해야

정부가 막판에 회군을 했습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관련해 조건부 연장 결정을 내렸죠. 다행입니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하지 않습니다. 청와대의 다음과 같은 발표 때문입니다.

“지소미아 연장 여부의 여파를 한미일 대 북중러의 냉전시대 프레임에서 보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동맹은 물론이고 한미일 3국 공조체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에 입장을 바꾼 데 대한 정치적, 외교적 수사면 좋겠습니다만 그러기에는 사안의 무게가 너무 큽니다. 한미일 대 북중러가 단순히 냉전시대 프레임일까요. 답은 나와 있습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만 봐도 금세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 국방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 /미 국방부




중·러·북, 미국의 1~3번째 도전과제

미 국방부가 지난 6월 펴낸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보죠. 보고서 도입부에 이은 두 번째 장이 ‘인도 태평양 전략 환경: 트렌드와 도전’입니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게 중국입니다. 보고서는 중국을 ‘리비저니스트 파워(revisonist power)’로 정의했는데 이는 중국이 미국의 이익과 가치에 반해 구도 재편을 노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중국이 군대를 현대화하고 있으며 경제를 전략적 이해를 증진시키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과 일대일로를 경계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러시아입니다. 보고서는 러시아를 ‘돌아온 불량배’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최근 다시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이 지역에서 힘을 쓰려고 하고 있다는 뜻이죠. 세 번째는 북한입니다. 보고서는 북한을 ‘불량 국가(Rogue State)’로 봅니다. 정리하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근심거리 3개가 중국, 러시아, 북한 순이라는 얘기입니다.

반대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가장 중시하는 전략이 한미일 3각 동맹입니다. 보고서가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불량적인 행동과 오랜 기간 전략적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우리는 동맹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를 추구해야만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보고서는 미국의 핵심이익이 걸린 곳을 인도태평양이라고 보는데 이를 지키기 위해 자체적인 군사력 증강과 함께 한미일 3각 동맹이 중요하다고 꼽습니다.

정리하면 미국은 여전히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를 생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이 중국과 경제적으로 많이 얽혀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에서 보듯 중국은 미국의 동맹이 아닙니다. 화웨이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대중 강경노선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습니다. 왜 미국이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략조약(INF)을 탈퇴하고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하겠습니까. 거꾸로 러시아는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한 나라는 “핵공격 타깃”이 될 거라고 하고 중국은 우리나라와 일본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지 마라고 협박할까요. 특히 교도통신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군사동맹 체결을 추진한다고 했습니다. 냉전 시대 대립하기도 했던 두 나라는 군사동맹은 아니었습니다. 북중러 프레임이 여전하다는 얘기입니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헛발질 포장해서는 곤란

당초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나왔을 때부터 미국은 대놓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한미일 3각 동맹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인데 이를 우리가 흔들고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인도태평양 전략 외에도 미 국무부와 국방부 고위관료들이 수차례 지소미아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재고 촉구를 했습니다. 단순히 “미국이 일본 편을 들기 때문이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돈을 더 받아내기 위한 전략”이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오바마 정권 때의 인사들도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사실 미국 내 거의 모든 인사들이 지소미아 종료는 자해행위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한파 인사인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조차 지난 20일(현지시간) “내가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한일 간 정보교류가) 너무 느렸다”며 “지소미아는 필요성 때문에 나온 것으로 이것이 없으면 위기 때 문제가 된다. 두 나라에 해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지소미아 체결(2016년 11월) 전인 2016년 4월 부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주와 올해 남은 몇 주가 동맹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 동맹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해서는 곤란합니다. 상대방이 영향이 많다고 하는데 영향이 없다니요? 한국 나홀로 동맹이 아니라 한미동맹입니다. 국민과 국가의 생존이 달린 사안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안보문제로 키웠습니다. 외통수이자 명백한 오판입니다. 일본 문제를 둘러싼 청와대의 고민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미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지소미아와 한미동맹이 관계없다고 끝까지 주장하는 것은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기존의 세계질서를 깨뜨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한미동맹 기반으로 중국과 관계 설정해야

안타깝지만 글로벌 질서는 미국 같은 강대국이 정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질서도 미국이 만든 것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관세및무역에관한일반협정(GATT·후에 세계무역기구(WTO)로 대체)도 미국이 주도한 것입니다. 미국은 자유무역을 원했고 항해의 자유를 추구했습니다. 그래서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이 다시 일어섰고 우리나라도 산업화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빗발치는 미국의 청구서에는 이 같은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질서를 깨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는 여전합니다. 우리가 한미일 대 북중러의 프레임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게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 미국은 여전히 한미일 대 북중러의 프레임을 쓰고 있습니다. 미국의 행동과 대외전략을 보면 이것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한미일 삼각 프레임은 오래된 것이다, 우리는 이를 깨겠다고 하면 미국이 뭐라고 생각할까요.

우리에게 북핵 문제가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청와대의 고민도 여기에서 나오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국 없이는 북핵협상도 되지 않습니다. 헛된 구호와 선동에 취하기보다는 현실을 똑똑히 봐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중국 바로 옆에 있는 우리는 중국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경제적 의존도도 높지요.

하지만 아직 미국의 적수가 되기에는 부족합니다. 미국의 지정학자 피터 자이한은 “주한미군이 중국과 일본의 제국주의를 막고 북한의 군사위협을 막아내고 있다”고 대놓고 지적합니다. 한국인들이 듣기 불편한 얘기지만 그 말의 의미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핵심은 미국과의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갈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유엔대표부 대사를 지낸 조태열 전 외교부 차관은 “굳건한 한미동맹 아래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치밀하고 장기적인 국가전략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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