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감사원의 검찰 감사를 정례화하겠다고 나서면서 검찰개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정부기관에 대한 감찰권을 가진 감사원과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자칫 대치국면으로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죠.
일반 국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입니다. 국가의 세입 및 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하여 설립된 조직입니다. 대통령 직속의 합의제 감사기관이지만 직무와 역할에서 독립성이 보장되며 직속상관인 대통령도 감사원을 지휘하거나 감독할 수 없습니다.
감사원은 공무원이 가장 무서워하는 정부기관입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감찰반과 국무총리실 특별감찰팀도 공무원 비위를 조사하지만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은 사실상 대부분 정부기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사원이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건 국회 국정감사일 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죠.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지난 18일 검찰 개혁의 후속조치로 검찰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정례화할 것을 법무부에 권고했습니다. 그간 검찰이 준사법기관이라는 이유로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 제외되는 특권을 누려왔지만 검찰 업무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감사원 감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통보한 것입니다.
하지만 개혁위 권고안에 검찰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들어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인사·회계·정원 등 검찰 자체의 행정업무 외에 자칫 수사업무까지 감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감사원이 정례 감사를 시행하더라도 검찰 수사업무까지 들여다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감사원 감사 규정에 모호한 부분이 있어 향후 갈등의 씨앗이 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감사원 직무감찰규칙 제4조에 따르면 감사원은 행정기관의 준사법적 행위에 대해서는 감사할 수 없습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검찰은 흔히 준사법기관으로 불리지만 준사법적 행위를 놓고는 해석이 엇갈립니다. 예컨대 일선 검사가 뇌물을 받고 사건을 무마했다면 감사원이 해당 검사의 징계를 통보할 수는 있지만 사건 무마에 대해서는 감사가 불가능해지는 모순이 생기기 때문이죠.
경찰과의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도 쟁점입니다. 앞서 감사원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경찰청 감사를 실시해 67건의 지적사항을 경찰에 통보했습니다. 이 중 교통사고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경찰관들에 대해서는 징계를 권고하기까지 했습니다. 경찰의 사건 수사와 조사를 준사법적 행위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얘기죠.
감사원은 지난해 처음으로 대검·인천지검·부천지청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22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했지만 징계 요구 사안은 전무했습니다. 지난달 최재형 감사원장은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앞으로 2년마다 검찰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예정대로라면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은 내년에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항목을 준사법기관이 아니라 준사법적 행위라고 규칙에 명시된 것이 문제”라며 “감사원은 얼마든지 직무감찰규칙을 자체적으로 변경할 수 있어 검찰 수사업무에 대한 감사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말습니다.
검찰은 그간 관행적으로 감사원에 대한 수사나 조사를 최소화했습니다. 자칫 감사원을 건드렸다가 검찰이 감사원 감사를 받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노파심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검찰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실시됐고 앞으로 감사원에 의한 검찰 감사의 정례화가 확실시되는 만큼 검찰의 입장과 대응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어찌됐든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강화되기에 국민들은 마냥 박수를 쳐야 할까요?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권력기관의 갈등에 따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때입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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