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령도 남동쪽에 위치한 창린도 방어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이 25일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 16일 전투비행술 대회와 18일 낙하산 부대 강하 훈련을 직접 참관한 데 이어 이번에는 도서 지역 군사시설을 직접 시찰한 것이다.
특히 창린도는 원래 대한민국 영토였다가 6·25전쟁 당시 치열한 교전 끝에 정전협정을 통해 북한에 인계된 서해 접경지역 도서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이번 공개 행보는 더욱 주목된다. 조중통은 김 위원장이 현장에서 큰 만족감을 보이며 방어대에 ‘쌍안경과 자동보총(자동소총)·기관총’을 하사했다고 전했다.
“어떤 작전 전투임무도 감당할 수 있게 준비시켜야”
창린도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방문했던 곳이다. 이에 조중통은 김 위원장이 “지금으로부터 45년전 이 섬에 전설 같은 영군(領軍) 자욱을 새기신 어버이장군님의 불멸의 업적을 길이 전하기 위해 건립한 현지지도사적비를 보시면서 장군님에 대한 깊은 생각에 잠기었다”고 전했다.
또 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평범한 날 예고없이 찾아왔는데 모두가 경각성 높이 전선경계근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며 “군인들의 높은 정치적 자각과 고도의 경각성, 조국 수호 의지와 헌신적인 노력에 의해 조국의 최전방이 굳건히 지켜지고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동행한 총참모장에게 방어대의 전투력증강과 변경시킬 전투임무에 대한 과업을 주고, 해안포중대 2포에 목표를 정해주면서 사격 시험을 지시하기도 했다.
포사격술을 확인한 후에는 “우리는 군인들을 그 어떤 작전과 전투임무도 능히 감당해낼수 있게 훈련을 과학적으로, 실용적으로, 실전의 맛이 나게 더욱 강도 높게 시켜 그들을 정치 사상적으로나 육체 기술적으로 철저히 준비시켜야 한다”며 “특히 포병부대, 구분대들에서는 명포수운동의 불길을 계속 지펴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방어대에 쌍안경과 자동보총, 기관총을 기념으로 수여했다.
서남전선 외진 바닷가 여성중대도 시찰
이어 김 위원장은 외진 바닷가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조선인민군 제5492 군부대 관하 여성중대도 시찰했다. 이곳 역시 44년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찾았던 곳이다. 김 위원장은 이곳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 지도 표식비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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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김 위원장은 중대장과 중대정치지도원에게 “훈련하고 또 훈련해야 당에서 안겨준 명포수중대의 영예를 계속 고수하고 빛낼 수 있다”며 “그 어떤 목표라 해도 명중탄만을 날리는 명포수중대로 계속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이들에게도 쌍안경과 자동보총을 기념으로 수여하고, 여군들과 기념 사진을 남겼다.
중앙통신은 “중대 전체 여성 군인들은 꿈결에도 그립던 원수님께서 몸소 찾아오시어 사랑과 은정을 베풀어 주신데 대하여 커다란 기쁨과 감격을 금치 못했다”며 “조국의 관문을 목숨바쳐 수호해갈 굳은 결의를 다짐했다”고 전했다.
외무성은 연일 대미 담화, 김정은은 군 행보
북한 매체의 김 위원장 군사 행보 보도는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다. 김계관·최선희 등 북한 외무성 간부들이 연일 담화를 통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시정책 폐기와 새 계산법을 요구하는 반면 김 위원장은 별도의 구체적인 대미 메시지 대신 군사 행보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22일 모스크바에서도 “우리는 지금까지 미국을 위해서 2년 동안 중대 조치들을 취했다”며 “우리는 시간도 줬고 신뢰 구축 조치도 취했지만 우리가 받은 상응조치는 아무것도 없으며 우리가 받아낸 것은 배신감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이날 김 위원장이 방문한 군 부대가 서해 접경지역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창린도는 북위 38도선 이남에 위치한 섬이다. 즉 백령도보다 남동쪽에 위치해 있다. 광복 직후 대한민국 영토였으나 6·25 전쟁 당시 치열한 교전을 반복한 끝에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북한에 인계됐기 때문이다.
북한 역시 창린도를 “조국의 전초선 섬방어대”로 칭했다.
북한이 ‘연말’로 시한을 그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적대시 정책 폐기, 즉 체제안전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남측 역시 이 문제에 책임감을 갖고 대응하라는 압박성 메시지를 담은 행보로 해석된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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