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접경 지역인 창린도 방어부대를 비롯한 ‘서부전선’을 시찰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접경지까지 ‘남하’해 군부대를 시찰한 것은 이례적 행보여서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25일 김 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 방어대를 시찰하셨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찰에는 박정천 군 총참모장과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이 동행했다. 창린도는 황해도 남단, 백령도 남동쪽에 위치한 섬으로 지리적으로 북위 38도선 이남에 있어 광복 직후 대한민국 영토였다. 그러나 6·25 전쟁 과정에서 남북 간 점령과 탈환전이 반복되다가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북한에 인계됐다. 중앙통신도 창린도를 “전선(戰線)섬”, 그 방어대를 “조국의 전초선 섬방어대”로 표현하며 이 곳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해안포중대 포진지와 감시소를 찾아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하고 동행한 총참모장에게 방어대의 전투력증강과 변경시킬 전투임무에 대한 주문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해안포 중대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직접 목표를 정해 사격을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예고 없이 찾아왔는데 모두가 경각성 높이 전선경계근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며 “조국의 최전방이 굳건히 지켜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싸움준비와 전투력 강화가 곧 최대의 애국”이라며 “그 어떤 작전과 전투임무도 능히 감당해낼 수 있게 훈련을 과학적으로, 실용적으로, 실전의 맛이 나게 더욱 강도 높게 시켜 정치사상적으로나 육체기술적으로 철저히 준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포병부대, 구분대(북한에서 대대급 이하 부대 총칭)들에서는 명포수운동의 불길을 계속 지펴올려야 한다”며 철저한 무기체계 점검과 기술관리를 통해 “임의의 단위가 임의의 시각에도 전투임무수행에 동원될 수 있게 철저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방어대에 쌍안경과 자동보총, 기관총을 수여하고 부대원 및 그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이날 “서남전선 외진 바닷가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제5492군부대 관하 여성중대도 시찰하셨다”고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여성중대원들의 병영관리 및 전투준비 태세를 꼼꼼히 점검하고 “그 어떤 목표라 해도 명중탄만을 날리는 명포수중대로 계속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군 관련 행보는 이달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연말 시한’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북미 대화 재개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압박의 고삐를 계속해서 당기는 모습이다. 앞서 그는 지난 18일(북한 매체 보도 기준) 낙하산 침투훈련을 시찰하고 16일에는 2년 만에 전투비행술대회를 참관한 바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접경지 방문은 미국과 남쪽을 동시에 압박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북미 간 진행되는 비핵화 대화나 북측의 ‘체제안전 보장’ 요구로부터 남측도 자유롭지 않다는 일종의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신현주 인턴기자 apple260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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